일도 하지 않으면서 일자리도 구하지 않는 강원지역 대학 졸업생이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2분기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의 학력을 가진 강원지역 비경제활동인구는 9만5,2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5,400명(19.3%) 증가했다. 이는 도내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43만5,000명의 21%에 달하는 것으로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5명 중 1명은 ‘대졸 백수’인 셈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들로 일할 능력이 없거나 또는 일을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아 일자리를 찾지 않는 사람들이다. 도내 대졸자 비경제활동인구는 2022년 7만9,500명, 2023년 7만9,800명이었지만 올해 9만5,200명으로 대폭 상승했으니 심각한 문제다.
전국적으로도 일하지 않는 대졸자가 올 상반기 40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의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는 405만8,000명으로, 199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로 상반기 기준 가장 많다. 인구는 줄고 있는데 청년층 백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청년(만 20~34세)들이 대학을 마치고 첫 직장을 갖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올 들어 1년 2개월로 역대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한 지 1년이 지나서도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 장수생은 10명 중 3명꼴이다.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이 청년 고용을 줄이고 고용 시장도 경력 우선으로 바뀌면서 청년들이 일자리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세는 결국 저학력자에 비해 고학력자의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하고 그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무엇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과제다. 그러려면 청년 고용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채용의 문을 넓힐 필요가 있다. 단기 공공 일자리 창출보다 기업들을 지원해 청년들이 일 소속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의 중소기업도 청년 눈높이에 맞춰 변해야 일할 맛 나는 곳이라며 청년들이 찾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위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 고학력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그들의 능력을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청년·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는 생활고와 주거 불안정 심화로 이어진다. 지역 경제가 활력이 돌고 건강해지기 위해 청년 고용을 늘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