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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화천댐을 향한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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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화천군수

최근 정부가 화천댐 용수의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공급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이 완료되면 2035년부터 하루에 60만톤의 화천댐 수자원이 산업용수로 쓰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정책결정 과정에서 수원지인 화천군민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됐고, 화천댐으로 인해 장기간 누적된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조차 없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댐 소재지의 화천군민들에게 화천댐의 존재 자체에 대한 갖가지 의문과 생각이 드는 것은 너무나 필연적이다.

첫째, 댐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다. 화천댐은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콘크리트 댐의 안전성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 화천댐은 건립된 지 80년이 흘렀고 10억톤의 ‘물폭탄’을 안고 있다. 더구나 6·25전쟁 당시 폭격기가 화천댐에 폭탄을 투하했다는 전사까지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댐을 머리 위에 두고 살아온 화천군민들에게 지금까지 수십 년간 단 한 번의 안전성 진단 결과도 공개된 바가 없다. 지금이라도 화천댐의 현재 안전성에 대한 면밀한 진단 결과와 미래 안전성에 대한 정밀한 예측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둘째, 수력 발전소로서의 화천댐의 가치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화천댐은 10억톤의 저수량과 연간 3억2,600만㎾ 규모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알려진 발전용 댐이다. 휴전 이후에는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가능케 했던 중요한 전력 공급원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임남댐 건설로 인해 발전 원수가 크게 줄어든 이후 화천댐의 발전량은 급감했다. 현재는 원자력 발전소에 비해 국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셋째, 화천댐이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올해 실시한 강원대 산학협력단의 조사 결과 1954년부터 2022년까지 화천댐으로 인해 3조3,359억원, 연평균 480억원의 직·간접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농경지와 가옥이 수몰됐고, 이주민은 정든 집을 떠났다. 수몰된 도로의 총연장은 60㎞에 이른다. 화천발전소에서 얻어지는 이익보다 댐에 수몰된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것이 화천댐 존재 이유에 의문을 들게 한다.

넷째, 화천댐 용수로 이득을 보는 특정지역이나 기업을 위해 화천군민들의 피해가 언제까지 지속돼야 하는지, 과연 그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명징한 대답이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 부흥이 국가적 중대사이지만 대의명분을 이유로 댐 소재지인 화천군에만 반영구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지방자치가 작동 중인 민주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행태다. 댐은 차치하더라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반세기 넘게 거미줄 규제 속에 희생을 안고 살아온 사람들이 바로 화천군민들이다. 더 이상 이들이 ‘화천에 산다는 이유로 이런 대접을 받는다’는 자괴감을 느끼도록 해서는 안 된다.

화천댐을 국내 반도체 산업의 젖줄로 키워 나갈 합리적 방안을 찾을지, 댐 소재지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로 남겨둘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없애 버리는 것이 옳은 결정인지, 깊은 고민과 성찰을 전제로 한 대답이 절실한 때다. 차라리 화천댐을 철거하고 그곳에 집 짓고 옥토에 농사지으며 살고 싶은 것이 솔직한 다수 화천군민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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