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응급실 야간 진료 중단, 응급의료 무너져선 안 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강원대병원이 지난 2일부터 응급실 성인 야간 진료를 제한하자 지역의 ‘의료 대란’이 현실화됐다. 강원대병원은 이날부터 소아 응급환자를 제외한 성인들의 응급실 야간 진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성인 환자들은 밤새도록 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을 찾아 장거리 이동을 하거나 ‘뺑뺑이’를 도는 구급차 안에서 가슴을 졸여야 했다.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소방대원들은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없어 몇 시간을 달려 수도권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한다. 이런 상황이면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대학병원 측은 빠른 시일 내에 응급실 전문의를 보충해 진료를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언제 다시 야간 진료가 이뤄질지 모른다. 위급할 때면 찾던 응급실이 정말 문을 닫은 것을 보고 지역에서는 의료 대란을 실감하고 있다.

전공의 이탈 상황이 장기화되고 지역의료시스템이 파행 운영되자 의사와 환자 모두 우려를 표명하며 조속한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공백 사태 동안 일시적으로 응급실 운영을 축소한 적은 있었지만 야간에 아예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 것은 처음이다. 지금 의료현장 상황은 심상찮다. 강원대병원뿐만이 아니라 아주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수도권 권역응급의료센터도 주중 하루나 이틀 응급실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응급의료 위기가 수도권까지 번지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추석을 기점으로 응급진료가 안 되는 질환이 더욱 증가하고 응급실을 닫는 대학병원이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말대로 응급의료 관리가 정말 가능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서 “비상 진료 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밝힌 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은 있지만, 진료 유지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의료현장에서 체감하는 것과는 다르다. 도는 부족한 인력 충원을 위해 촉탁의사 확보에 나서는 한편 중앙부처에 군의관 등의 배치를 요청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강원대병원 응급실 운영 재개를 위해 4일부터 군의관 5명을 긴급 파견한다. 임시 처방이 도움이야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더 나와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지역의 응급의료 최전방이 무너지는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

    파리올림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