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병원 현장을 이탈하면서 강릉지역도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박모(47·유천동)씨는 최근 6세 딸 아이의 몸에 발진이 생기자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응급센터 앞에는 소아청소년과는 진료가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다행히 단순 발진이어서 박씨의 딸은 주사를 맞은 뒤 약을 처방 받아 나을 수 있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박씨는 “발진이 너무 심해 위험한 질병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기본적인 진료만 가능하다고 해 불안했다”며 “우려했던 질병은 아니었지만 아이가 또 아프면 치료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병원측이 이 같은 진료 제한을 안내한 이유는 배후진료를 맡아야 할 전공의가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배후진료는 응급의학과의 1차적인 진료를 받은 응급실 환자가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특정 과로 보내져 후속 진료나 수술을 받는 것을 말한다.
강릉아산병원에 따르면 한때 100명이 넘었던 전공의는 10%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로 인해 배후진료가 어려워지자 올 3월부터 응급실 진료 제한을 안내하고 있다.
남아 있는 의료진은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남아 있는 의료진이 이탈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며 피로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달 응급실 근무나 전공의 역할도 병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며 일반의 18명 채용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는 없었다.
지역주민들은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필수의료 서비스를 받기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자체에서 의료기관을 지원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강릉시는 오는 11일부터 25일까지를 ‘비상응급의료 대응 특별 주간’으로 지정하고 김홍규 시장을 반장으로 비상의료관리 상황반을 가동해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