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인환은 1926년 8월 인제군 상동리 159번지에서 태어났다. 인제공립보통학교를 3학년까지 다니다 서울로 이사했다. 이후 평양의학전문학교 재학 중 1945년 조국 광복이 되자 서울 종로3가에 ‘마리서사(茉莉書肆)’라는 서점을 낸다. 워낙 책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 스무 살 약관(弱冠)에 불과했다. ▼마리서사 경영은 청년 박인환이 문단에 데뷔하는 하나의 방편이자 정신적 의지처 역할을 했다. 결국 이곳은 여러 시인과 소설가가 자주 찾는 문학 명소이자, 한국 모더니즘 시 운동이 일어난 발상지가 된다. 박인환이라고 하면 멋과 낭만을 연상하게 된다. 기존 질서와 차별된 새로움을 시도한 모더니즘 시인답게 빼어난 멋쟁이였다고 전해진다. 커피를 즐기며 입담이 좋아 어디를 가나 환영받는 인사였다고 한다. 도시화된 사회에 생겨난 우울감과 허무를 잘 표현해 낸 후기 모더니즘의 대표적 시인이다. 그는 8년간 시를 썼고 주옥같은 70여편의 작품이 남아 있다. 신문기자로도 활동한 그는 언론인이자 영화평론가, 번역가로도 활동했다. 1956년 소설가 이상의 기일 때 그를 기리는 시 ‘죽은 아폴론’을 쓰고, 4일간 폭음한 것이 급성 알코올성 심장마비로 이어졌다. 그렇게 천재시인은 31년이란 짧은 생을 살았다. ▼그의 고향 인제읍에는 2012년 개관한 박인환문학관이 있다. 서점 마리서사를 포함해 그가 평소에 동료 문인들과 드나들며 문학에 대해 토론을 나눴던 술집 여러 곳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생전 모았던 영화 포스터들과 그의 육필 원고도 전시돼 있다. ▼(재)인제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24 박인환 문학축제’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박인환문학관, 산촌민속박물관, 기적의도서관 일원에서 펼쳐진다. 그의 시 중 하나인 ‘약속’을 주제로 작가와의 만남과 강연, 토크콘서트와 공연, 전국 책방거리 북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시인에 대한 콘텐츠를 확장하고 대중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며, 다양한 문학 세계를 공유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