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올 추석 연휴 민심의 키워드를 각각 ‘민생’과 ‘분노’로 다르게 진단했다. 여당은 특검·계엄·탄핵과 같은 소모적 정쟁에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민생에 매진할 때라며 야당을 저격했다. 반면 야당은 의료대란 등을 들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했다고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통합 정신을 되살려야 할 명절에도 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대통령 가족을 향한 악의적 비방에만 열을 올렸다”며 “민생과 협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추석 밥상의 최대 화두는 의료대란과 분노였다”며 “‘절대 아프면 안 된다’는 추석 덕담과 팍팍한 민생에 대한 분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일탈을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원성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민심 가늠은 쉽지 않은 일
그렇다면 정확한 민심은 무엇일까.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에 더욱 눈길이 간다. 지난 13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 지지율은 20%였다. 취임 이후 최저치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19∼20일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0.3%로 집계됐다. 국정 수행 지지율이 30%대를 나타낸 것은 4주만이다. 청문회 스타에서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른 노무현 대통령은 60%대 지지율에서 집권 9개월 만에 29%를 기록했다. 이후 경제정책의 실패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 채 집권 15개월 차엔 25%를 찍고 20~30%대 지지율을 맴돌다가 집권 4년 차엔 12%까지 찍기도 했다. 윤 대통령 역시 검찰총장에서 일약 국민적 스타로 등극해 대통령까지 올라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 대통령은 예전에 지지율이 하락하며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하자 “지지율은 별로 의미 없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업무 수행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지지율이 낮으면 정책 추진의 동력이 떨어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임기 말에도 무려 50%를 웃도는 지지율을 보일 만큼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인기의 비결은 국민과 함께하는 '소통 능력'이었다. 자신의 정적까지도 일일이 찾아가 설득했던 그는 나라의 발전을 위해 소통할 줄 아는 대통령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지율을 회복하는 일이다.
잘하고 못함은 국민이 평가
문재인 대통령은 ‘욕하면서 닮는다’는 옛말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의외로 닮은 점이 많다. 우선 국민과 소통하지 않았다. 팬덤 정치를 즐기며 국민을 ‘내편 네편’으로 갈랐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두 대통령은 잘 몰랐다. 박근혜 정부 때 본격 저성장에 접어들고, 양극화가 심해졌으나 위기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제를 만만하게 본 것이다. 관심이 적으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마련이다. 박 대통령은 참모들이 쓴 보고서에 의존하다 보니 장밋빛 청사진과 자화자찬에 빠졌다. ‘경제민주화’ 대신 택한 ‘창조경제’에 대해 주무부처조차 그 개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정도였다. 문 대통령은 환경을 중시해 탈원전을 택했다. 분배를 우선해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였다. 3만 달러를 4만~5만 달러로 어떻게 늘릴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처럼 3만 달러에 안주하면서 이제는 그마저도 지키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누군가를 탓하면서 닮아가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훌륭한 지도자로 독일 메르켈 여성 총리를 꼽으며 편 가르기 하고 대립의 긴장만 조성해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 생활을 두루 편안하게 하는 것'이 그 본질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줬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바라고 원하는 대통령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그래야 사면초가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중국 춘추시대 주나라 여왕 때 재상 소공은 “정치를 잘하고 못함이 다 백성들의 말에 반영된다”고 했다. 역사에서 민심을 거스르는 정권이나 지도자가 성공한 예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