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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금값’

금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그 뿌리가 깊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도 금 장식품이 등장한다. 이후 금은 권위와 번영의 상징이 됐다. 고대 이집트에서 금은 파라오만 쓸 수 있었다. 금본위제도는 1816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식민지에서 빼앗은 금이 금고에 산더미처럼 쌓였을 때다. 덕분에 파운드화는 가장 믿을 만한 화폐로 등장했다. 파운드화를 세계의 표준으로 만든 대영제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됐다. ▼최근에는 경제가 불안하면 사람들이 금을 사잰다. 특히 금리가 내려가면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통상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을 선호한다. 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실물 금을 사들이는 투자가 급증하는 이유다.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의 23일 기준 순금 한 돈(3.75g) 가격은 47만9,000원이었다. 이날 기준 표준금거래소에서 가장 저렴한 한 돈짜리 아기 돌반지는 50만6,000원, 아기의 이름을 새기거나 복잡한 장식이 들어간 반지는 최대 53만9,000원을 각각 기록했다. ▼국제 금값은 트라이온스당 2,600달러를 넘어섰고 이후 연일 최고가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초 금값이 트라이온스당 2,7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ING는 올해 4분기 금값을 2,580달러로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향후 1년~1년 6개월 새 트라이온스당 3,000달러까지 뛸 것으로 내다봤다. ▼금은 경제 위기를 즐긴다. 금값과 경제는 반비례한다. 금값뿐만 아니라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원자재 및 곡물 등 다양한 자산의 가격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공포가 커질수록 금값은 날개를 달고 치솟는다.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찍을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진다. 금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는 금융·자본시장의 불확실성에 있다. 대공황 당시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도 “금을 갖고 있는 것은 정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값 폭등의 경고를 흘려듣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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