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육지 속의 섬 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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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록 태백주재 차장

전명록 동해주재 차장

"공기도 너무 맑고 시설도 좋은데 너무 멀어요"

최근 태백에서 열린 제4회 태백산배 전국 리틀야구대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의 말이다.

단순히 강원도, 그리고 태백이라는 심리적인 거리감이 아니라 도로 여건 자체가 그리 좋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 전국 지도를 살펴보면 전국에 거미줄처럼 뻗어져 있는 고속도로가 텅 비어있는 곳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이 동서 6축 고속도로의 마지막 구간인 영월~삼척 도로다.

강원특별자치도소상공인협의회가 지난달 23일 태백 오투리조트에서 제67차 회의를 열고 제천~삼척 동서고속도로 조기 건설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지자체는 물론 지역 사회단체에서도 고속도로 건설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때 10만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던 태백시는 현재 전국 시 단위 중 가장 적은 3만8,000명 수준으로 급락했다. 여기에 지역 생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장성광업소가 지난 6월 폐광하면서 지역 소멸이 가속화 되고 있다.

이에 시는 태백의 재 도약을 위해 제1차 태백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기존 석탄산업에서 청정에너지 신산업도시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구 장성광업소 부지와 철암 선탄장 일원에는 청정메탄올 제조시설, 광물·물류시설을 조성하고 고터실 산업단지와 연계해 철암동 일원에 핵심광물 산업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 지난 8월 석탄 경석이 자원으로 활용될 길이 열리며 관련 산업을 유치할 방침이다. 태백을 비롯한 강원남부권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한 산림목재 클러스터도 지난달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마치고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처분시스템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 등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도 지난 8월 유치계획서를 제출해 오는 12월께 선정지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산업들이 제대로 추진되고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흔히 SOC라고 부르는 사회간접자원, 즉 도로망, 철도망의 확충이 필요 불가결하다. 원료와 생산품을 실어 나르기 위한 고속도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 어느 기업이 뿌리를 내릴까?

2022년 7월부터 시작된 제1차 태백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신산업 유치를 골자로 하고 있다면 이후 2027년부터 시작될 제2차 태백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교통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2일 정선 하이원리조트 컨벤션호텔에서 진행된 '2024 폐광지역 발전포럼'에서 이상호 태백시장은 기업들이 들어오기 위해서 도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역설했다. 동서고속도로 영월~삼척구간을 비롯해 내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 사업에 태백선을 포함시기키 위해 태백을 비롯한 영월, 정선 등 강원 남부권 지자체와 강원특별자치도, 지역 사회단체 등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태백선이 개선되면 현재 태백에서 청량리역까지 무궁화호로 3시간 20분, ITX-마음으로 3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가 2시간 이내로 단축될 수 있다.

이들 도로·철도가 마련되지 않고서는 태백시가 구상하고 있는 전체 1조원 규모의 다양한 대체산업도 결국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이후 올해 장성광업소 폐광이라는 또 한번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태백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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