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힘들다야"…또 나온 러시아 파병 북한군 추정 동영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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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북한군 6천명씩 2개 여단 훈련 중…돈 때문에 러시아 파병" 주장

[아스트라(ASTRA) 텔레그램 채널 캡처]

속보=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2천명의 특수부대 병력 등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의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 파병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동영상이 또 공개됐다.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

아스트라는 해당 영상에 대해 "블라디보스토크 '세르기예프스키에 위치한 러시아 지상군 제127자동차소총사단 예하 44980부대 기지에 북한군이 도착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영상 속 북한군 추정 인물들은 3∼4명씩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흡연하고 있으며 사진 촬영자를 바라보기도 한다. 영상에서는 "힘들다야", "늦었어"라고 말하는 북한 억양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담겼다.

아스트라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내부 기지 관계자가 아스트라에 영상을 보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장에 북한군 참전이 확인됐다는 지난 18일 국가정보원의 발표가 나온 후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북한군 파병 동영상과 사진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문화정보부 산하 전략소통센터 및 정보보안센터(SPRAVDI)도 보급품을 전달받는 북한군 추정 동영상을 지난 19일 공개했다. SPRAVDI는 당시 영상을 공개하며 해당 동영상이 세르키예프스키 훈련소에서 찍힌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2024.10.21 [우크라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캡처]

앞서 미국 CNN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러시아가 북한군에게 보급품 지급을 위해 작성한 한글 설문지를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설문지에는 한글로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러시아어로도 같은 내용의 안내가 적혀있다.

이어 모자의 둘레와 신장, 가슴둘레를 각각 표시하라는 한글 질문이 이어진다. 모자와 군복은 각각 '여름용'이라고 분류됐다.

옷 치수를 나타내는 러시아와 북한의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인지 설문지에는 '러시아씩 군복의 치수(키와 관련)'라는 항목에 '2, 3, 4, 5, 6' 등의 숫자가 적혀있고, 해당 치수에 맞는 신장이 '162-168', '168-174' 등으로 안내된 것이 확인된다.

북한 군인이 자신의 신장이나 북한식 군복 치수를 공란에 표시해 제출하면 이에 맞춰 러시아 군복이 지급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군인은 러시아에 도착한 직후 이 설문지를 채워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 CNN의 설명이다.

러시아는 북한 군인이 러시아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글 설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CNN이 입수해 공개한 한글 설문지는 앞서 SPRAVDI가 공개한 동영상과 함께 북한군 파병 사실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위성 사진 등 관련 자료를 18일 공개했다.국정원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블라고베셴스크 등에 분산돼 현재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라며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사진은 지난 16일 러시아 하바롭스크 소재 군사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국정원은 이 사진에서 북 인원이 240여명 운집한 것으로 추정했다. 2024.10.18 [국가정보원 제공]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북한군 파병 움직임과 관련해 "6천명씩, 2개 여단의 북한군이 훈련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저녁 연설에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에게서 몇 가지 보고를 받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천명 규모 병력을 파병하기로 결정했다는 국가정보원 분석과 유사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는 "우리 정보당국에 따르면 지상군, 기술자 등 여러 종류의 인력을 모두 합해 북한이 러시아 편에 서서 우크라이나와 맞서 싸울 병력 총 1만명가량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것은 도전이지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지 알고 있다. 모든 파트너가 이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의 전쟁 개입을 규탄한 모든 국가와 지도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러시아와 똑같이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전날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보기에 북한은 몹시 가난하기 때문에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주민을 최전선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우크라이나 매체들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떻게 그들을 관리하고 지휘하나. 언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라며 북한군이 전장에 투입되더라도 작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관련해 러시아는 중국이 거칠게 반응하지 않도록 문제를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도 이 일에 매우 신중하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우리에게 위험하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북한군 파병설을 제기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저녁 연설에서도 "러시아를 지원하는 북한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보도에 비춰 파트너들의 결단력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서방에 대응을 촉구했다.

북한군 파병을 기정사실로 보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서방 지원국들은 아직 대체로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으나 사실이라면 우려된다"는 식의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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