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당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함께 이 사건을 조사했던 수사관이 경북경찰청 사건 이첩을 앞두고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다 들었다고 증언했다.
29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 사건 9차 공판에서 박 모 전 해병대 수사관은 '이첩 당시 해병대 수사관들은 사단장을 빼라는 외압이 상부로부터 있다고 알고 있었느냐'는 박 대령 변호인 측의 질문에 "다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전 수사관은 지난해 7월 31일 예정됐던 채상병 사건 관련 국회 보고가 돌연 취소되면서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했고, 그곳에서 동료 수사관이 '사단장을 빼라'는 취지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것을 전해줘 이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압의 주체가 누군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진 재판부의 신문 과정에서도 "제 머릿속에는 사단장을 빼라는 것이 있고, 그래서 사단장을 빼지 않고 정상적으로 이첩하겠다는 저희의 상반된 다툼의 사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의 분위기에 대한 박 대령 변호인 측 질문에는 "넋이 나갔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든 수사관과 제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 같다"며 "영화 속에서만 보던 게 실제로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사실인지 구분을 못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아니었더라도, 수사단장님이 아니었더라도 누구나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언젠가 진실이 밝혀져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6일 경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임 전 사단장과 하급 간부 2명 등 3명에 대해 불송치 의견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경찰청 전담수사팀 등에 따르면 경찰이 수사한 채상병 사망 사건을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수사심의위에서 논의한 결과 송치 대상에서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와 함께 하급 간부 2명 역시 송치 대상에서 빠졌다. 대신 군 관계자 6명은 송치를 해야 한다고 결론이 모아졌다.
그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임 전 사단장과 7여단장, 대대장 등 피의자 총 8명에 대해 수사를 이어왔다.
대외에 알려지지 않았던 나머지 피의자 1명의 존재는 지난 5일 수사심의위 결과 발표에서야 처음으로 공표됐다.
경찰은 해당 피의자는 군 관계자이며, 수사 과정에서 범죄 사실이 인지돼 뒤늦게 피의자 명단에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경북경찰청 전담수사팀은 "해병대원 사망사고 심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심의 내용과 표결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심의위원회 의견은 '경찰 수사 사건 심의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경찰 최종 수사 결과에 귀속되지 않는다.
한편,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없이 수해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 14시간 만인 오후 11시8분께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는 당시 수색에 나선 대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