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요칼럼]스무살의 단오

김흥술 전 오죽헌시립박물관장

축제란 무엇인가? 고대 제의에서 비롯된 종합예술제 성격의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의미 있는 의례이며 이벤트라 한다. 쉽게는 한바탕 잘 노는 것이리라. 코로나19 이후 변화하고 있지만, 현대사회의 회식문화 같은 일면도 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좀 더 잘 먹고 마시는 시간을 함께 한 다음 날 동료 간에 좀 더

돈독한 관계가 형성되는 것과 같다. 고대 축제에서 지배층이 매년 추수감사 의례를 통해 피지배층에게 회식에서 한 턱 내듯이 하여 부족의 결속을 강화하기도 하였다. 축제는 지역민이 함께하고 외부인을 불러 모아 자랑하고 즐기는 행위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일반적인 축제는 ‘서낭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낭제는 일정 지역의 사람들이 대동단결하여 의례를 지내고 먹고 마시고 함께하는 전통이다. 서낭제를 통해 마을민이 함께하는 것이었기에 술 한 병이라도 보태고, 준비과정에서 울력을 하기도 하며, 스스로 소속감과 자부심을 갖는 것이었다. 서

낭당은 산업화 시기에 한 때 미신으로 치부되어 훼철되었다가 ‘88서울올림픽 이후부터 새 밀레니엄 시대를 맞으면서 일부 복원되는 분위기도 있다. 예전에 서낭당은 마을민이 함께 가꾸는 성소이기에 모두 스스로 참여하고 힘을 보태어 만들고 가꾸었다.

최근 농어촌뿐만 아니라 사회 고령화의 진전으로 서낭당을 가꾸고 의례를 진행하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주민이 함께하는 대동단결의 의미를 지닌 고청제도 약식으로 진행한다. 서낭당도 마을민이 십시일반으로 합심하여 이룩하던 전통 대신 손쉽게 지원을 받아 조성하는 것이 보통의 일이 되고 있다. 새로이 서낭

당을 건립하는 것도, 점차로 의례를 행하고 당집을 돌보는 일까지도 관의 지원을 받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

다. 어쩌면 고청제를 통한 대동단결의 마을전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강릉단오제는 강릉지역 마을축제의 총화이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동예의 무천과 같은 고대 제정일치 농경사회의 의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간적으로 대관령을 넘어 강릉시 지역이 무대이다. 오늘날 지방자치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기 전에는 영동지역 전역이 공간 범위였다. 2025년 강릉단오제의 키워드는

“스무살의 단오”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선정 20주년을 맞는 동시에 ’스무살‘의 이미지에 착안하여 변화를 두려워하지도 현실에 안주하지도 않고 정진하는 새출발의 스무살 같이 미래 천년을 준비하는진취적 축제로 꾸려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강릉단오제는 지난 4월 9일부터 5월 2일까지 신주미봉정 의례를 진행하였다. 강릉시민들은 단오 때가 되면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며 단오제에 쓰일 신주미 봉정행사에 참여한다. 정성으로 모인 쌀은 술과 떡을 만들어 축제 기간 제례에 사용되고 시민, 관람객과 나누는 행사에 사용된다. 쌀을 3kg 정도의 신주미 봉정

자루에 담아 소원지와 함께 접수하면 신주교환권 1매를 받아 본축제 기간에 신주로 교환할 수 있다. 올해에는 온라인 신주미 봉정도 진행되었다.

신주미봉정에 이어 음력 4월보름인 5월 12일에는 대관령에 올라가 대관령 산신께 고하고, 대관령국사성황님을 모셔와 강릉시내 홍제동 국사여성황사에 함께 모시는 행사가 진행된다. 강릉단오제 주신 대관령국사성황 부부신을 함께 모심으로서 지역민들은 더불어 마음의 안정과 지역사회 공동체의 평와와 번영을 기원하는 계기로 삼는다.

2025년 강릉단오제 본 축제 기간은 5월 27일부터 6월 3일까지 8일간이다. 음력 5월 3일 단오신 국사성황부부를 단오장 제단에 모시고 마지막날까지 매일 아침 제단에서 시민대표들이 제사를 올리고 종일토록 단오굿을 이어간다. 놀이마당, 체험촌에서는 지역 무형문화유산을 비롯하여 청소년어울림 한마당, 경연페스티벌, 시민참여행사, 경축문예행사, 해외공연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스무살의 단오‘ 2025년 강릉단오제! 국민 모두에게 심기일전의 계기가 되는 한바탕 흥겨운 축제판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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