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혁순칼럼] 대선 후보 강원방문, 진심인가-표심인가?  

강원도는 곳곳에서 심각한 어려움 직면한 지역
접경지- 폐광지, 동해안 주민 삶 개선되지 않아
재원 대책 있는 공약을 내놓아야 주민 공감 얻어

대선 후보 강원방문, 진심인가-표심인가?

세계 유수의 대권 주자들이 민생 최전선에서 시민들과 교감하며 깊은 인상을 남기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표심을 얻는 피상적인 행위를 넘어, 시민들의 삶 속으로 녹아들어 고통과 희망을 공유하며 진정한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몸짓이다. 1994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 선거는 그 자체로 역사적인 사건이었고, 넬슨 만델라 후보의 유세는 오랜 아파르트헤이트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려는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감동적인 순간들이었다. 만델라 후보의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메시지는 오랫동안 분열돼 온 국민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주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대선 캠페인 당시,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중서부 지역의 공장 노동자들을 찾아 그들의 애환을 경청했다. 이러한 행보들은 유권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Yes We Can’ 슬로건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희망과 통합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파리 외곽의 빈민가를 방문해 이민자 청년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사회 통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러한 대선 후보들의 진심 어린 말은 유권자들에게 용기를 주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게 했다.

후보들 민심 청취, 행보 분주

6월3일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의 행보가 분주하다. 최근 이재명 후보는 강원도를 누비며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접경지역부터 폐광촌, 동해안까지 4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며 강원도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는 강원도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지역 균형발전을 약속했다. 부친의 탄광 근무 이력을 언급하며 애정을 표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한 투자 현실을 지적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앞으로 다른 후보들의 발길도 강원도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강원도의 실상을 얼마나 피부로 느끼며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강원도는 곳곳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한 지역이다.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접경 지역 주민은 끊임없는 군사적 긴장 속에서 불안한 나날에다 각종 규제로 인해 경제 활동에 제약받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이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탄광 산업 쇠퇴로 인한 삼척 태백 정선 영월 등 폐광 지역의 경제 침체와 일자리 부족은 고착화된 문제다. 젊은 세대는 고향을 떠나고, 지역 경제는 활력을 잃은지 오래다. 대선 후보들은 이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함은 물론이다. 대체 산업 육성, 관광 자원 개발, 청년 창업 지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강릉 동해 속초 등 동해안 지역 역시 관광 산업 부진과 어획량 감소로 현실상황은 녹록지 않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에도 지역 경제는 침체되며 어민들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이 지역의 지속 가능한 어업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해야 주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균형발전은 국가차원 숙제

강원도의 이러한 현실은 단순한 지방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이라는 국가적 숙제와 맞닿아 있다. 대선 후보들은 강원도 방문을 통해 지역민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오랫동안 겪어온 소외와 차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 중요하다. 후보들의 발걸음은 형식적인 표밭갈이가 아닌, 강원도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전기가 돼야 한다. 겸허한 자세로 주민의 작은 목소리도 가슴으로 크게 듣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때 지역의 희망은 잉태되는 법이다. 대선 후보들은 재원 대책이 뒷받침되는 실현 가능한 것을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방문해 언급한 공약은 한 순간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를 현혹하는 혹세무민의 정치적 제스처인 선심공약에 불과하다. 허망한 선심 공약은 입에 쓴 약이 아닌 몸에 해로운 설탕물이다. 설탕물은 당장은 달콤할지 몰라고 나라와 지역을 골병 들게 하고 미래를 갉아먹는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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