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립극단이 2025년 첫 정기공연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로 돌아왔다. 8세부터 98세까지 함께 즐기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던 도립극단의 염원을 담은 작품이다. 도립극단은 15일 극단 연습실에서 시연회를 열고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좌충우돌 고양이의 육아일기=뮤지컬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이하 갈·나·고)’는 칠레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오염된 바다에서 검은 기름에 젖어 죽어가던 엄마 갈매기가 동네 고양이에게 자신의 알을 부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도립극단의 상상력을 만나 무대 위 구현된다. 진지한 주제의식을 절묘한 유머로 풀어내는 원작의 호흡은 도립극단의 지난 행보와 닮았다. 지난해 ‘가객 박인환’, ‘109 합창단’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였던 도립극단은 이번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종의 화해와 연대를 담아낸다.

■강원도립극단만의 色 녹은 무대=뮤지컬 갈·나·고는 김경익 예술감독이 직접 각본·연출을 맡았다. 원작의 감동을 살리되, 도립극단의 색을 잃지 않는 무대를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극 곳곳에 녹아있다. 작품은 동물들 사이 벌어지는 사건들을 고려가요의 고전적 리듬으로 펼쳐냈으며, 강렬한 퍼포먼스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이번 공연은 도립극단 6기 배우단원들을 처음 만나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극단 최연소 단원인 김솔 배우와 다수의 뮤지컬서 굵직한 존재감을 보여 온 박성환 배우를 비롯한 단원들의 에너지가 무대를 채운다.

■동화로 돌아본 세상, 연극으로 던진 질문=작품은 유쾌한 분장과 몸짓 뒤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기름에 젖어 죽음을 맞이하는 엄마 갈매기의 모습은 2007년 태안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 기름 유출 사고’를 모티브로 한다. 서로 다른 존재와 끝내 손을 맞잡는 동물들의 이야기는 혐오와 차별이 팽배한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사회의 화두를 예술로 풀어내는 작품은 동시대와 호흡하는 연극을 이어가고자 했던 도립극단의 책임이자 지향을 담았다.
김경익 예술감독은 “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짐승’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기적’을 만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작품은 오는 23일 강릉을 시작으로 인제·동해·춘천·태백·원주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