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강원형 전략산업 투자펀드 조성, 지금부터 중요

반도체·바이오·방위산업 등 1,500억원 규모
기업의 기술력·시장성 뒷받침돼야 성공
성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개선해 나가야

강원특별자치도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강원형 전략산업 투자펀드’가 본궤도에 올랐다. 1,500억원 규모의 이 펀드는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에너지, 방위산업, 푸드테크 등 6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도내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혁신 성장 엔진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오는 9월 1,025억원 규모의 모펀드 결성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매년 2~3개의 자펀드를 결성해 펀드 규모를 완성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단순한 자금 조성에 머물러서는 결코 ‘성공’이라 할 수 없다. 투자펀드가 지역 산업 생태계에 실질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선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우선, 펀드 운영의 전략성이 관건이다. 현재 조성 방향은 유망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산업별 성장 단계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초기 창업 기업에는 액셀러레이팅, 중견기업에는 기술 고도화 및 수출 증대를 위한 후속 투자, 글로벌 진출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등 기업 성장 단계에 맞춘 체계적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펀드 운용 전담 조직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확보돼야 하며, 기업 수요 중심의 지원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 대상 기업의 역량을 키우는 것도 핵심 과제다.

펀드는 자금이라는 자극제일 뿐, 궁극적으로 기업의 기술력과 시장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는 기대할 수 없다. 강원도는 R&D 지원 강화, 규제 해소, 산학연 연계 확대 등으로 도내 기업의 내실을 다지는 정책이 펀드 운영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특히 지방 소재 스타트업 특성상 정보 접근성과 네트워킹에 취약한 점을 고려해 기업 맞춤형 컨설팅과 멘토링 시스템도 보강해야 할 때다. 또 지역 간 균형을 생각한 투자 배분이 있어야 한다. 이번 펀드는 강원도 내 주요 시·군이 공동 출자하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이상적으로는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으나, 자칫 특정 지역에 편중될 경우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펀드 운용에서 도 전역의 산업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투자 전략이 설계돼야 하며, 이를 위한 시·군 간 협업 체계도 명확히 구축돼야 한다. 더 나아가 외부 자본 유치를 통한 지속 가능한 투자 생태계 조성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수도권 펀드 운용사 초청은 외부 투자자금의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유효한 전략이다. 그러나 일회성 행사로 끝나선 안 된다. 강원도의 산업 경쟁력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신뢰성 있는 투자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브랜딩 전략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동시에 도내 펀드 운용사와의 역량 제휴를 통해 지역 기반 투자 인프라 확충도 서둘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펀드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마련이 필수다. 펀드 운용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투자 후 기업의 성장 여부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정책적 피드백으로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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