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광의 아픔을 겪고 있는 영월이 이제는 반도체 산업의 숨은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구조가 변하고, 세계 질서가 요동치는 지금, 영월군은 땅속에 묻힌 광물을 첨단산업의 심장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영월이 보유한 텅스텐, 몰리브덴, 마그네슘, 형석, 규석 등은 단순한 원광이 아니다. 고부가가치 원료이며 나아가 반도체 생태계를 움직일 ‘국산화’의 키가 되고 있다. 텅스텐은 배선용 금속막, 몰리브덴은 증착 공정 핵심 소재, 마그네슘은 절연막, 형석은 EUV 렌즈 소재까지. 기술은 서울이 만들지만, 그 기초는 영월의 땅이 제공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손을 맞잡고 ‘상생’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앞서 지난 15일 영월산업진흥원은 영월이 K-반도체 벨트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수도권 반도체 산업 주요 도시인 성남·용인·평택·화성산업진흥원과 반도체 원료·소재 개발 및 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단순한 서명이 아니라 상호 생존을 위한 전략적 결속이다. 이날 최명서 군수도 “영월에서 생산되는 광물자원을 연구개발 등 고부가가치화하고 반도체 관련 핵심 원료·소재를 국산화 개발해 공급 도시로의 위상을 갖추겠다. 또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 중으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메카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수도권 경기남부지역과 공동으로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며 실현 가능성이 담긴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폐광에서 반도체까지, 자원 채굴로 환경이 파괴되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는 친환경 순환형 자원 공급지로의 변신이다.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뒷심이 영월이라면,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산업은 수도권에서 자라고, 원료는 영월에서 길러진다. 그것이 대한민국 반도체의 밸런스다. ▼영월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변화를 선택했다. 영월의 새로운 미래가 지금, 반도체 원료 속에서 태동하고 있다. ‘텅스텐’이란 단어가 지역 소멸 극복의 해답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