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2022년부터 진행해 온 납북귀환어부에 대한 조사가 최근 마무리되며, 억울하게 국가폭력의 피해를 입었던 이들 중 일부의 명예 회복이 이루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강원일보가 2021년부터 집중 보도한 이 사안은 한국기자상을 수상하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진실화해위의 직권 조사까지 이끌어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7,000여명에 달하는 피해자 규모를 고려할 때 이번 조사 결과는 겨우 시작일 뿐이다.
이번 조사에서 진실화해위는 납북귀환어부 1,288명을 진실 규명 대상으로 선정했고, 이 중 1,006명에 대한 조사를 완료해 203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특히 강원도는 전체 피해자 중 전국에서 가장 많은 786명이 속한 지역으로, 납북 피해와 그로 인한 국가권력의 남용이 얼마나 깊게 뿌리내려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의 인권과 정의, 그리고 공동체 회복의 문제로 이러한 노력이 진정한 결실을 맺기 위해선 지금이 제일 중요한 전환점이다. 진실화해위의 활동은 오는 연말을 끝으로 공식 종료되며, 피해자 조사 역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할 상황이다. 아직 85% 이상의 피해자가 진실규명 기회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조사 기간의 연장은 필수적이다. 더불어 이들의 상처를 회복하고 법적·제도적으로 명예를 되찾을 수 있도록 ‘납북귀환어부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 현재 국회에서는 피해자가 집중된 속초·고성을 지역구로 둔 이양수 의원실이 관련 입법을 준비 중이며, 여야를 넘어선 공감대 형성도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국 최초로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한 강원도의 경험과 정책적 기반은 특별법 추진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강원도는 피해자 재심 청구 지원, 인식 개선 사업, 특별법 제정 촉구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3,950만원에 불과한 관련 예산은 이 같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 의 대응을 넘어 국가 차원의 보상과 명예 회복 조치가 있어야 한다. 진실을 알리는 일에 그쳐선 안 된다. 이들의 상처는 국가폭력이라는 이름 아래 방치되었고, 지금까지도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경제적으로 손실을 입은 채 살아가게 만들었다. 특별법은 국가가 저지른 잘못을 국가 스스로 인정하고 바로잡겠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책무를 상징하며 우리가 어떤 사회로 가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