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신항 건설사업이 재정사업으로 전환되며 올해부터 본격 추진된다. 이는 단순한 항만 개발을 넘어 동해·묵호항의 기능 재편과 환동해권 물류·관광 허브로의 도약이라는 전략적 전환점을 의미한다. 기타광석(2번) 부두와 잡화(3번) 부두는 올해 상반기 착공에 돌입하고 석탄(1번) 부두도 하반기 중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더불어 삼척해변역과 동해신항을 잇는 인입철도, 진입도로, 국도 연결도로 등 임항교통시설도 함께 추진되며 개발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동해신항 개발이 가지는 지역적 의미는 크다. 기존 동해·묵호항의 벌크 화물 기능을 신항으로 이전함으로써 체선율 감소와 항만 인근의 환경 문제 해소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항만 인프라의 현대화는 지역 산업 구조의 전환과 새로운 경제 기회의 창출로 직결된다. 특히 동해시는 수소 산업 육성을 위해 해양수산부에 4번 부두 기능 전환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고, 올해부터 기존 기타광석에서 화학공업생산품으로 기능이 전환되며 수소(암모니아) 기반 물류 수입이 가능해졌다. 이것은 수소 산업을 지역 미래전략 산업으로 키우려는 강원특별자치도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다만, 여전히 사업시행자가 미정인 5~7번 부두는 향후 공공재정사업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동해시는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에 이를 꾸준히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자 유치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역 발전이라는 공공성을 중심에 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항만은 물류 거점에 머무는 것이 아닌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다. 이에 따른 공공투자 확대는 단기 수익성 논리보다는 중장기 전략으로 접근돼야 한다. 또한 동해신항 개발은 화물항 확장에 그쳐서는 안 된다. 향후 국제여객선 부두 확보 및 크루즈 전용 터미널 유치 등의 계획을 병행 진행한다면 동해항은 물류와 관광이 융합된 복합항만으로서 또 다른 가능성을 열게 될 것이다.
특히 동해안은 청정한 자연환경과 관광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어 해양관광 산업 육성의 최적지다. 일본·러시아 등과의 항로를 연결한 국제항로 개설 역시 동해의 지정학적 이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으로 주목된다. 동해신항 개발은 이제 시작점에 섰다. 하지만 성공적인 항만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속도 못지않게 방향성과 전략이 중요하다. 단기적인 건설 성과에 매몰되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동해시와 강원도의 산업 전략, 교통망 구축, 관광자원과의 연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통합 마스터플랜이 수립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