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초점]상수원 보호와 지역 희생의 균형을 위하여

고광만 춘천상공회의소 회장

◇고광만 춘천상공회의소 회장

한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다.

한강은 대한민국의 산업, 생태계, 국민의 일상까지 지탱하는 생명줄이다. 특히 수도권 2,600만 주민에게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는 핵심 수자원이자,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산이다. 이 소중한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수십 년간 한강 상류 지역에 강도 높은 환경 규제를 시행해왔다.

그 중심에 있는 춘천, 홍천, 화천, 양구, 인제 등 북한강 상류 5개 시·군은 ‘한강수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들 지역은 산업활동과 지역개발 전반에서 수많은 제한을 감내하고 있다. 공장과 숙박시설 허가는 물론, 단순한 기반시설 확충조차 까다로운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며, 인허가 지연은 일상이 되었다. 이는 지역경제의 성장을 억제하고, 청년층의 이탈을 가속화하며, 고령화와 인구감소라는 악순환을 반복시키고 있다.

들 지역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활용한 관광산업의 잠재력이 크지만, 정작 숙박시설이나 체험형 인프라조차 환경규제를 이유로 발목이 잡히는 실정이다. 관광객은 찾아오지만 지역은 소득을 창출할 기회를 잃는다. 주민들은 점점 “깨끗한 물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삶이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야 하느냐”고 되묻기 시작했다.

그 피해를 보상하고자 마련된 한강수계기금 역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하류지역이 주된 수혜자가 되고 있으며, 정작 가장 많은 규제를 감수하고 있는 상류 5개 시·군은 배분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희생은 상류가, 혜택은 하류가’라는 불균형 구조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공정한 상생을 위한 제도 개편이 절실하다.

첫째, 한강수계기금의 배분 기준부터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는 규제의 강도나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반영되지 않아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어렵다. 규제를 감내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둘째, 규제지역을 위한 별도의 발전계획이 필요하다. 보호구역이라는 이름 아래 기본적인 발전 권리조차 제한받는 상황에서는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상수원 보호지역에 특화된 특별법 제정이나 특별지구 지정 등을 통해 환경보호와 지역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발전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환경규제를 수용하는 지역에 대한 실질적 인센티브가 확대돼야 한다. 문화·복지·산업 인프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뿐만 아니라 세제 감면, 국비 보조 확대 등 직접적인 혜택이 뒤따를 때, 지역은 정책에 대한 수용성과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넷째, 지역 참여형 수계 관리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중앙정부 주도 방식은 일방적 통보에 가까웠다. 이제는 지역 주민과 지자체가 정책의 설계와 집행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에 대한 책임감과 주인의식도 함께 자라난다.

북한강 상류 5개 시·군은 조용히, 그러나 묵묵하게 국가의 수돗물 품질을 지켜왔다. 더는 이들의 헌신과 희생이 당연시되어서는 안 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환경정책이라면, 그 과정에서도 반드시 형평성과 정의가 지켜져야 한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강처럼, 보상과 존중, 그리고 지속가능한 상생의 원칙도 함께 흘러야 한다. 이제는 ‘희생 없는 상생’, ‘균형 있는 공공성’으로 나아가는 물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는 묵묵히 희생해온 지역에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제도와 예산으로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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