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 속초초교 축구부의 미래를 위한 제언

방원욱 속초시의장

◇방원욱 속초시의회 의장

최근 지역사회에서 속초초등학교 축구부 해체에 대한 논란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학교 운동부를 지역연계 공공형 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명분에는 표면적으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단일학교 운동부 체계로는 더 이상 학생 수급이 어렵기 때문에 여러 학교의 학생 선수들을 개방형으로 모집해야 하는 필요성을 이유로 두고 있다.

지방의 저출생 및 인구감소로 인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고 학생 선수의 교육과 인권 보장 등 기존의 폐쇄적이고 승리 지향적 운영방식에 대한 개선으로 기존 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하나의 운동부를 오직 하나의 학교에서 육성하는 것이 아닌 지역이 연대해 육성하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논란이 되고있는 전환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참여자 주체의 의사결정 과정의 완전한 참여 여부, 전환을 반대하는 동문들의 탄원서가 제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학교장의 결정에 의결권이 강하게 작용되고, 경기지도자의 의견에 학부모들이 이견을 쉽게 제기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따라 필자는 의사의 정당성과 민주적 협의 과정이 결여된 정책 전환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도내 9개 전환 사례를 살펴보면 당초 긍정적 기대와 달리 클럽 운영의 질 확보를 위한 학부모 부담금 가중, 체육특기자 특례제도 미적용에 따른 학생선수의 정체성 상실, 운영 주체 전환에 따른 관리·감독 체계 미흡 등 여러 가지 한계에 직면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담당하던 학생선수들에 대한 클럽 자율 운영으로 학교의 업무가 줄어들 수도 있겠지만, 교육적 기능과 책임이 약화되지 않도록 학생들을 보호하는 완충역할의 관리적 기능을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이 필요하다.

시대적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한 마을의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정책과 관련해 지역사회와 학생, 학부모, 체육 관계자 등 모두의 깊은 관심과 우려를 충분히 공감한다. 우리 아이들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공통된 마음이 있기에 많은 분들의 지혜와 슬기를 한데 모을 때다. 누구의 이익만을 생각할 때가 아닌 집사광익(集思廣益) 여러사람의 지혜를 모아 오로지 우리 아이들의 이익을 더하는 것에만 목표를 두어야 한다.

속초초등학교는 1951년 속초국민학교로 개교한 이래 현재까지 약 2만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한 속초 교육의 산실이다. 필자가 속초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학교 축구부는 60여년의 역사 속에서 학교의 명예를 걸고 수많은 성과를 내며, 나아가 단순한 학교 운동부를 넘어 속초라는 도시의 소중한 자산이자 역사로, 수많은 시민들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 오랜 세월 시민분들의 자부심으로 지켜왔던 축구부는 이제, 우리 지역에 얼마 남지 않은 학교체육의 보루다.

지역의 오랜 역사와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를 검증되지 않은 제도의 효율성과 운영의 편익성만 거론하며, 1~2년 단위로 순환 부임하시는 교장선생님과 특정인(단체)의 판단에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지역을 지켜온 시민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해체되었던 축구부를 지난 2009년 재창단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는지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없애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그 역사와 전통의 단절은 지역의 문화적 가치로 세대와 세대를 잇고, 지역의 문화와 체육을 연결해오던 중요한 속초의 자산이 사라진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하고 모두가 공감 가능한 대안 제시로 아이들의 미래와 더불어 우리 지역의 가치를 지키는 것도 우리 모두의 책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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