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청장의 양양 비하 발언이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되며 강원특별자치도와 양양군민들의 자존심을 깊이 상하게 하고 있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이 기자들과의 비공식 자리에서 “양양은 서핑이 아니라 불장난하러 가는 곳”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강원인들은 물론 전국적으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해당 발언은 특정 지역과 특정 성별을 이중으로 비하한 것으로 공직자의 언행으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수준이다. 김진태 도지사를 비롯해 양양군청 공무원노조, 양양군의회, 강원도의원, 시군번영회연합회 등은 일제히 유감을 표명하며 공식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김 지사는 “해운대나 양양이나 모두 소중한 관광자원인데, 이런 발언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며 강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양양군 역시 공식 입장문을 통해 지역을 비하하고 왜곡하는 루머와 발언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양은 동해안의 대표적인 피서지이자, 국내 서핑 문화를 선도하는 상징적인 지역이다. 청정한 자연환경과 활발한 해양 레저 활동으로 젊은 층의 유입이 많은 지역인 만큼, 지역경제와 문화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 그런데 이를 두고 무책임하고 편견에 가득 찬 언사로 폄하한 것은, 지역에 대한 몰이해일 뿐 아니라 강원인 전체에 대한 모욕으로 비칠 수 있다. 더욱이 발언 당사자가 지방 행정을 책임지는 기초자치단체장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더욱 크다. 공직자는 위치 자체가 공공의 신뢰를 전제로 한다. 그만큼 사적 자리라 하더라도 언행에 무게를 둬야 마땅하다.
김 구청장은 사과문을 통해 “지역이나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했지만, 그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의도가 없었다면 더더욱 심각한 문제다. 무지와 무감각이 뒤섞인 발언은 결국 그 사람의 인식 수준을 드러낸다. 지금이라도 해운대구는 명확한 공식 입장을 내고, 해당 발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간 신뢰와 협력이 중요한 시점에서 자칫 지역 간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해운대구는 도와 양양군에 정중히 사과하는 것이 옳다.
도는 수도권과 비교해 관광 기반이나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건 속에서도 지역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다. 양양 역시 주민과 지자체의 끊임없는 노력 끝에 ‘서핑 메카’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이런 노력을 한순간에 깎아내리는 언사는 절대 용인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