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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의 '거짓말'… 공모방식 3년 전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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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이슈] 강원FC 홈경기 분산개최 무산 파장
-강원FC "2022년 방식과 동일" 해명… 공문 비교 사실과 달라
-필수 조건 7개 조항도 신설 … 구단 측 "합리적 방안 모색한 것"

◇강원FC의 2025 시즌 홈 개막전이 열린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지역 축구팬들과 춘천시민들이 모여 선전을 응원하고 있다. 강원일보DB.

강원FC가 내년 시즌 홈경기 개최지 공모에서 춘천·강릉 분산 개최 체제를 깨뜨리면서 명분으로 내세운 "3년 전과 동일한 공모 방식"이라는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FC측은 개최지원금을 높게 써 낸 지역에 2026년 홈경기의 하반기 개최권을 주겠다고 공모에 나선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3년 전인 2022년도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홈경기 개최지를 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기존 홈경기 개최 도시인 춘천시는 이를 통보 받고 크게 반발했지만 강원FC는 공모를 강행, 내년 시즌 홈경기를 강릉시에서 단독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 2022년 공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본보가 강원FC 홈경기 개최와 관련, 3년 전 각 자치단체로 보내진 공문(2022년 8월18일자)과 올해 발송된 공문(2025년 7월22일자)을 각각 비교·분석한 결과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3년 전인 2022년 당시에는 공문 어디에도 “개최지원금이 높은 시가 하반기에 개최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강원도민프로축구단 명의로 2022년 8월 시행된 공문(마케팅2팀-834)에는 “2019년 맺은 강원FC 홈경기 개최협약이 올해로 만료됨에 따라 향후 홈경기 개최 의사를 확인하고자 하오니 2022년 8월22일까지 회신 부탁드린다”는 내용과 함께 ‘홈경기 유치의견서’ 1장만이 첨부됐다.

이 유치의견서에도 지원 조건에 “유치기간은 최소 3년으로 하며 축구전용경기장 부지 선정시 해당 지자체로 이동한다”는 내용과 희망경기수는 ‘연간 정규리그 19경기 기준 작성’으로, 또한 후원금은 ‘1경기 최소 8,000만원’으로 적혀있다.

특히 유치 의견서 가장 아래쪽에는 “유치의견서의 지원조건 등은 상호 협의하에 변경이 가능하며 추후 계약서 또는 협약서 날인을 통해 최종 확정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명시됐다. 강원FC와 해당 지자체간에 협의를 통해 지원 조건이 변경될 수 있다고 논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실제로 3년 전에는 강원FC와 춘천시, 강릉시간의 협의를 통해 상·하반기 개최 장소를 결정했다.

■ 2025년 공문 개최지 공모 계획 구체적 명시=그러나 2025년 7월 ㈜강원특별자치도민프로축구단이 보낸 공문(마케팅팀-1515)에는 2022년과 다르게 A4크기 2장 분량의 ‘2026 강원FC 홈경기 개최지 공모계획’이 추가됐다.

이 문서에는 ‘상·하반기로 하되, 개최지원금 높은 시가 하반기 개최’를 명확하게 명시했고 개최지원금도 ‘경기당 최저 8,000만원(1,000만원 단위 작성)’으로 적었다. 최저 8,000만원부터 시작해 1,000만원씩 높여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춘천시와 강릉시가 모두 하반기 홈경기 개최를 희망해왔고 구단이 이 같은 의중을 이용해 일종의 경매를 진행한 셈이다.

또 올해는 '필수 조건'이라는 이름의 7개 조항을 신설해 ‘경기장 상업적 명명권 구단 제공’과 ‘경기 시설 준비 및 유지·보수의 지자체 책임 강제’ 등을 제시했고, 여기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구단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는 구속 조항도 포함됐다.

이 같은 강원FC의 공모 방식은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강릉시 등 4자 실무 협의에서 처음 통보됐고 추가 논의도 없이 이튿날 각 지자체에 그대로 문서로 보내졌다.

춘천시는 이번 공모 과정에 대해 "도민 구단이 지켜야 할 형평성과 공공성을 훼손하고 혈세를 재원 경쟁의 수단으로 전락시킨 부적절한 행위"라고 밝히고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

◇2022년 강원FC가 춘천시와 강릉시에 보낸 '강원FC 홈경기 유치 의견서 제출 요청' 공문. 유일하게 첨부된 홈경기 유치 의견서의 지원 조건에는 유치 기간 3년과 희망 경기 수와 후원금을 적도록 돼있다.
◇올해 7월 강원FC가 춘천시와 강릉시에 보낸 '2026 강원FC 홈경기 개최 신청서 제출 요청' 공문에 첨부된 공모 계획 서류. 개최 지원금이 더 높은 도시에서 하반기 경기 개최, 홈경기장 상업적 명명권 구단 제공, 협의 불가시 구단 결정에 따름 등 지자체에 불리한 조항들이 담겨 있다.

■"공모방식 3년 전과 같다" 거짓 해명 =이처럼 강원FC 홈경기 개최지 공모 방식이 2022년과 2025년이 확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강원FC와 강원FC 이사회 등이 이를 부인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강원FC는 지난 5일 홈경기 개최지 공모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공모 방식은 지난 3년 전 공모와 동일한 방식"이라고 밝혔다. 곧이어 강원FC 이사회는 "2022년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공모 방식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사회는 "(올해) 개최 지원금이 8,000만원으로 동일하다"고 주장했으나 공문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최저 금액이 8,000만원이고 만약 춘천시가 공모에 참가해 강릉시와 입찰 경쟁을 벌였다면 훨씬 높은 금액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강원FC측은 “춘천시와 강릉시가 모두 하반기 경기 개최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개최지원금 높은 지역에 우선권을 주기로 한 것일 뿐”이라며 “이미 공모 절차가 끝났기 때문에 그 결과대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강원FC와 춘천시가 아시아축구연맹챔피언스리그엘리트(ACLE) 경기 개최 후보지 선정을 놓고 마찰을 빚던 당시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에서 관중 숫자, 수익 등을 들어 "춘천 홈경기 배제 검토"를 발언한 뒤 지역 축구팬들과 시민 단체가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홈경기에 맞춰 걸어놓은 모습. 강원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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