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지귀연(51·사법연수원 31기)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을 두고 대법원이 30일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직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놨다.
또, 외부인사가 포함된 법원 감사위원회는 이런 자체 조사 결과에 수긍하면서도,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조사 결과를 기다려 향후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비위행위에 해당할 경우 엄정 처리해야 한다는 심의 결과를 내놓았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이날 그간 술집 현장 조사와 사건 관계자 진술 청취, 국회 법제사법위원 제공 정보 등을 통해 확인한 의혹의 구체적 사실관계와 결론, 이를 토대로 한 법원 감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언론에 공개했다.
윤리감사관실은 우선 술자리 동석자인 변호사 2명에 대해선 "대상 법관(지 부장판사)이 모 지원에서 근무하던 약 15년 전 당시 같은 지역에서 실무수습을 하던 사법연수생과 공익법무관으로, 대상 법관보다 법조경력 7년·9년 후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상 법관은 법조 선배로서 법조인이 적은 지역에 홀로 내려와 일하는 후배들인 이들을 격려하며 밥을 사주며 친분을 가지게 돼 코로나 전까지 1년에 한 번 정도씩 만났다"며 "평소 대상 법관이 비용을 지불하며 후배인 동석자들과 1차에서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는 사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술집을 방문한 시기는 2023년 8월 9일로, 지 부장판사의 연락으로 교대역 인근 횟집에서 만나 개방된 홀에서 2시간가량 1차 저녁 식사와 음주를 했다. 음식값 15만5천원은 지 부장판사가 결제했다.
지 부장판사는 1차 식당에서부터 재판 준비를 이유로 먼저 자리를 뜨려는 의사를 표현했으나, 오랜만에 만나 아쉽다는 동석자 A 변호사의 제안으로 2차로 A 변호사가 평소 가던 문제의 술집으로 이동했다.
대법원은 "관련자들 진술에 의하면 대상 법관과 B 변호사는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 어디로 가는지 듣지 못했고, 이 사건 술집에 들어가니 내부는 큰 홀에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라이브 시설이 갖춰져 있어 소위 말하는 룸살롱 같은 곳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밝혔다.
실제 윤리감사관실의 술집 내부 현장조사 결과 역시 이런 내부 진술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대법원은 전했다.
술집과 관련해선 "이 사건 술집에서 술이 나오기 전 웨이터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었고, 관련자들 진술에 의하면 대상 법관은 주문한 술 1병이 나온 후 한두 잔 정도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일어났으며, 대상 법관이 있을 때 여성 종업원이 동석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두 변호사는 해당 장소에서 계속해서 술을 마셨고, 결제는 A 변호사가 했다.
대법원은 특히 "동석자들 모두 당시 대상 법관 재판부에 진행 중인 사건이 없었고, 대상 법관이 최근 10년간 동석자들이 대리인으로 선임된 사건을 처리한 적도 없다"며 "2023년 8월 9일 모임 이후 대상 법관과 동석자들이 다시 만난 사실은 없다"고 부연했다.
이를 토대로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변호사와 법관 사이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와 관련해 "구체적 사건이 계속되고 있거나 계속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직무 관련자에 해당한다"며 "그 외의 경우에는 직무와 해당 변호사와의 관계, 해당 법관과 변호사 사이에 사적인 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금품 등의 다과, 금품 등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직무관련성 해당 여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안은 지난 26일 법원 감사위원회에 올해 3분기 정기회의 주요 감사사건 안건으로 상정됐다.
법원 감사위원회는 법원 감사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2015년 설치된 기구로, 위원장 포함 7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6명은 외부인사 중에서 위촉하며 나머지 1명은 법관 중에서 임명한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 사건이 '국회 법사위 논의, 언론 보도 및 국민의 알권리 등을 고려해 사회적 이목을 끄는 비위'에 대한 감사사건에 해당한다고 보고 심의대상으로 지정했다.
윤리감사관실은 앞서 자체조사 결과 의혹이 소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천 처장도 이런 결론을 국회에 제시했으나, 민주당 일각에서 이른바 '제식구 감싸기'란 지적이 이어지자 외부 판단을 받아볼 필요성이 있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위는 심의 결과 "현재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대상 법관에게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수사기관(공수처)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향후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비위행위에 해당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감사위 권고에 따라 윤리감사관실은 공수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일단 결론을 보류할 전망이다.

한편, 민주당은 익명 제보자의 제보를 인용해 대법원의 감사 결과 발표를 반박했다.
민주당 정의찬 원내대표실 정무실장은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발표는 제가 제보자로부터 받은 제보 내용과 명백히 배치된다"며 "제보자는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본인이 직접 20여 차례 룸살롱 접대를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제보자는 지귀연이 비용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제보자가 비용을 지불했고, 이는 수백만원대 비용이 드는 회원제 '룸살롱 접대'였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보자로부터 직접 들은 진실이 이러함에도 대법원은 진실을 외면하고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며 "결국 제 식구 감싸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이제 와서 '공수처 수사 결과를 기다려 처리하겠다'는 것은 진상 규명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고, 대법원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음을 고백한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룸살롱 의혹의 당사자이자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지귀연은 더는 재판관 자격이 없다"며 "즉시 법복을 벗고 공수처 수사에 성실히 임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즉시 지귀연 판사를 교체하고, 공수처는 신속하고 강력한 수사로 진실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지 판사의 유흥업소 접대 의혹을 제기하며 그가 서울 강남의 한 주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동석자 2명과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정 정무실장은 "제가 지난 5월 지귀연 판사 룸살롱 접대 의혹을 민주당에 처음 제보한 당사자"라고 스스로 소개했다.
그는 원 제보자로부터 접대 의혹 관련 제보를 받고, 그 내용을 다시 민주당에 제보하는 방식으로 의혹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