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영향으로 지역소멸 위기에 닥친 강원특별자치도. 그래서 교육에 더 집중해야 할 때다. 대만이 그렇다. 대만도 '합계출산율 1'을 넘지 못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이다. 이곳은 교육의 혁신을 통해 미래 인재를 체계적·다각적으로 양성한다. 교육이 갖는 힘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과 강원일보가 공동주최한 '2025 강원교육정책 발굴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지난 18일 춘천 ICT벤처타운에서 열렸다.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을 배출한 대만의 교육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강원의 미래 지향적인 교육 정책을 고민하는 자리가 됐다.
■기조강연
◇‘엘리트교육’에서 ‘평생교육’으로
대만은 2019년부터 ‘12년 기본교육계획’을 운영 중이다. 기존 9년 단위의 기본교육계획을 12년으로 개편한 배경은 출생률 감소, 직업관의 변화, 인공지능(AI)의 일상화 등 사회적 변화였다. 2025년 대만의 합계 출생률은 1이 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변화에 맞춰 ‘엘리트교육’에 집중된 기존 교육과정을 바꾸고자 했다. 대만은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학생 간 성취 격차가 가장 큰 국가 중 하나였다.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기본교육계획 개편의 목표였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정서(SEL)’가 매우 중요한 가치다. 학생들이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맺고,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며 창의성을 발휘할지 고민해야 한다. 다문화에 대한 이해 등 타인과 공감하며 윤리적 가치를 실천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교육과정도 변해야 한다. 12년 기본교육계획 수립에 있어 대만은 국가교육연구원과 기본교육의 방향을 모색했으며, 교육부와 정책적 토대를 마련했다. 학생과 교사들이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전 분야에 걸친 개혁을 추진했다.
◇학생의 ‘핵심 역량’을 키우는 교육
12년 기본교육계획의 비전은 모든 학생들이 적성을 찾고 평생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진로직업 탐색부터 시민의식 함양까지 분야별 목표를 수립했다. 학생이 스스로 동기와 의지를 갖는 교육을 통해 저마다의 ‘핵심 역량’을 키우고자 했다. 핵심 역량은 시험을 치루면, 학교를 졸업하면 잊는 지식이 아닌 평생 활용할 수 있는 가치여야 한다. 학생들이 본인의 가치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게끔 돕는 데 까지가 우리 교육의 목적이다.
핵심 역량은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자율성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실행하며 신체적, 정신적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두 번째는 상호작용 능력이다. 교과 과정 중심의 학습은 물론 기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소양을 쌓아 상호작용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은 사회 참여다. 시민의식과 도덕적 실천을 함양해 학생들이 다양한 대인관계를 맺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교육’이라는 나무를 함께 키워가는 여정
교육과정 개편에 있어 가장 중요했던 것은 각 계의 공감을 토대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었다. 대만의 교육을 나무에 빗대 설명하자면 뿌리는 교육부의 교육과정이며, 줄기와 나뭇잎은 학교 기반의 교육과정이다. 각 학교와 교육부의 유기적인 교류를 통해 더 큰 나무를 키워내야 한다. 교육계의 의지는 기본이며 학생과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포괄적 정책을 제시한다면, 각 지역과 학교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12년 기본교육계획의 안정적인 정착 및 확산을 위해 우리는 각 학교 별 시범강사 인력을 양성했다. 기존 교사인력을 파악해 집중 교육을 실시했으며, 전문 장비 제공을 통해 기술교육의 토대를 마련했다. 행정의 방향성과 교사의 전문성,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가 삼위일체로 협업해야 교육 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해외 사례 발표
◇학교 교육, 사회 변화에 발 맞춰야
평전고에는 1,635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평전고의 목표는 ‘남의 자녀도 내 자녀처럼 교육시킨다’이다. 엄격한 관리와 성실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대만 교육에도 변화가 생겼다. 사회·인문에서 과학으로 교육의 중심이 옮겨갔다. 변화에 맞춰 우리는 자연과학 계열 교사들의 주도 아래 생활과학 수업을 진행 중이다. 실용적인 탐구 교육을 위해 담당 교사들은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학력 신장을 위한 선도적인 학습도 제공되고 있다. 과학교육은 물론 언어(영어, 원주민언어 등), 역사,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가 운영 중이다. 학생들은 정규과목 외에도 선택과목을 통해 저마다의 흥미와 적성을 탐구할 수 있다. 내년 8월 입학할 학생들에게는 45개의 선택과목이 제공된다. 체육·예술 교육 및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 함양을 돕고자 했다. 학업적 능력을 개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감정을 수용하고 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지향이다.
◇포트폴리오 활용한 ‘자기주도 학습’
평진고 학생들은 다양한 과목서 각자의 재능을 드러낸다. 학생들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성과를 기록한다. 해마다 200여 명의 학생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교육과정에서의 성과, 국제교류, 자원봉사 등의 기록이 담긴다. 특히 지역 대학과의 연계로 성과를 관리할 수도 있다. 포트폴리오는 대학 진학에 이용되는데, 단순히 진학의 용도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포트폴리오를 직접 만들며 학생들은 개별화된 자기주도 학습을 이어갈 수 있다.
평진고는 학생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각 분야를 탐구할 기회를 주고 있다. 특수교육 및 컨설팅 지원을 통해 봉사자와 학생들을 연계한다. 학생들은 필요하면 추가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며, 교사들 역시 정규수업 외 추가 강좌를 개설할 수 있다. 또한 독서문화 조성을 통해 도서관을 적극 활용 중이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며 분야별 도서‧영상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전국 독서대회 및 소논문대회에 참여해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육
평진고는 높은 대학 진학률로 대만의 대표 명문 공립고로 꼽힌다. 한국·일본·미국·영국 등 해외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활발히 교류하고 있으며, 예체능 분야의 활약도 크다. 태권도와 관악부는 대만 1위, 야구부는 미국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우리의 역량과 가치를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학부모들과 지역사회의 도움이 컸다. 평진고는 현재 상위 5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들이 졸업 이후에도 후배들에게 강연 등을 통해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게하고 있다. 장학금은 지역 단체들의 자원으로 마련됐다. 지역에서 모인 장학금은 우수 장학생 외에도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지원된다.
학부모들의 참여 역시 이어지고 있다. 평진고는 3층 규모 도서관을 갖추고 있는데 공간 황용, 운영하는 데 학부모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학부모회의 지원으로 독서왕 시상식이 마련됐다. 학부모들을 대표하는 학부모회의는 학교의 의사 결정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우리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학부모회와 교사회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며 모두가 함께 만드는 교육을 지향한다.
정리=이하늘·김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