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체력을 높이겠다며 도입된 PAPS(학생건강체력평가시스템)가 정작 학생들을 신체활동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주의 한 중학교 체육관. PAPS 평가가 진행된 뒤 교무실로 돌아온 체육교사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전 내내 기록 측정을 했지만 정작 그 결과를 바탕으로 운동 처방을 마련할 시간은 없었다. 기록을 입력하는 것 만으로도 하루가 빠듯했기 때문이다.
춘천의 한 고교에서는 PAPS 오래달리기 평가가 있는 날이면 몇몇 학생들은 표정부터 어두워진다. 한 여학생은 반 친구들 앞에서 기록이 공개되는 순간 뒤처진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평가 자체를 부담스러워했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운동 처방’은 사라지고 ‘체력 측정’만 남았다.
PAPS(Physical Activity Promotion System)는 학생의 심폐지구력·유연성·근력 등 건강체력을 측정한 뒤 개인별 수준에 맞춘 운동 처방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프로그램이지만 제 역할을 못하는 셈이다.
실제 연구에서도 부정적 인식이 뚜렷했다. 한국체육측정평가학회지(2024년 3월호)에 실린 ‘PAPS에 대한 학생과 교육전문가의 인식 조사’(전국 학생 383명 대상)에 따르면 학생들은 ‘창피하다(28.5%)’, ‘귀찮다(24.3%)’, ‘비교당하는 게 싫다(22.1%)’ 등의 결과가 나왔다.
교사의 업무 부담도 문제다. 체력 검사 준비부터 기록 입력, 사후 관리까지 모두 체육교사의 몫이다.
강릉의 중학교 체육교사는 “수십명의 데이터를 일일이 정리하고 피드백 작성도 빠듯하다”며 “정작 수업 준비 시간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최창환 강원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PAPS는 체력을 재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학생에게 맞춤형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이라며 “정책만 보면 A+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그 정책들이 학생들의 실제 신체활동과 건강 체력 향상으로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