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을 맞은 강원일보사가 홍천군과 공동 개최한 2025 홍천 무궁화 심포지엄이 10일 홍천군농업기술센터 제1교육장에서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무궁화 가치 확산을 위한 홍천의 역할’ 이었다. 지난 2008년 홍천군이 무궁화 중심 도시에 선정된 이후 17년이 지났고, 현재 국회에서 ‘나라꽃 무궁화 진흥에 관한 법률안(무궁화 진흥법)’ 제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성과와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주제 발표/
△김영만 신구대 교수=“무궁화는 민족의 존재 자체가 위협 받던 시기마다 더 큰 의미가 부여되며, 구심점 역할을 했다. 옛 문헌을 보면 신라시대에는 ‘무궁화의 나라’를 의미하는 근화향(槿花鄕)이 나오고, 조선시대에는 ‘무궁화 울타리’를 의미하는 근리(槿籬)도 많이 언급됐다. 민초들이 사랑했던 꽃이었고,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국토, 민족혼의 상징을 넘어 국화(國花)로 완결됐다. 홍천군이 2008년 무궁화 중심도시로 선정된 원동력은 한서 남궁억 선생의 역사성이었다. 당시 심사 위원이 우연히 북방면의 한 가게에 들렀는데, 주인이 무궁화와 남궁억 역사를 자랑스럽게 자세히 말해 놀랐다는 이야기도 있다. 홍천처럼 무궁화가 주민의 삶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지역은 없다. 그 배경은 한서 문화제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무궁화 중심도시 선정 이후 오히려 중단 돼 매우 안타깝다. 머지 않아 무궁화 진흥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되살려야 한다. ‘홍천 찰옥수수’에 비해 ‘홍천 무궁화’도 인지도도 낮아 전국 단위 공모전, 문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무궁화 진흥법 시행령에 무궁화 중심 도시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
△현재호 홍천 한서감리교회 목사=“남궁억 선생은 행정, 시민운동, 언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고, 급변하는 시대에 맞서 싸운 위인이다. 그는 1918년 선친의 고향이 있는 모곡리로 낙향했는데, 목사로서 홍천에 부임했을 때 모곡리 주민들에게 남궁억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가 무궁화를 지키고 전국에 보낸 이야기, 아이들에게 무궁화 놀이와 노래를 가르쳐 준 이야기가 모두 생생했다. 그는 교육가, 언론인을 넘어 주민들의 정신을 일깨운 인물이었다. 한서 남궁억 선생 선양 사업은 여러 갈래로 진행 중이다. 모곡리의 경우 수 천 그루의 무궁화를 가로수로 심기도 했고, 연구가들의 연구도 많이 진행됐다. 강원일보가 2017년부터 추진 중인 한서대상도 있다. 하지만 이대로 충분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근 춘천에는 소설가 김유정을 테마로 만들어진 문학촌에 전국에서 관광객이 오고 있다.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큰 남궁억 선생의 기념 공간은 지금 어떠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곡리는 한서 남궁억 선생의 역사가 남아 있는 매우 소중한 마을이다. 무궁화를 테마로 한 난개발은 지양하면서, 역사성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은 강화 돼야 한다.”
△박형순 정원관리연구소 대표=“국립산림과학원 조경수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무궁화 재배 자문을 하며 홍천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무궁화에 대한 오해도 많고, 무궁화에 대한 관심도 높지 않은 시기에 무궁화 중심도시 홍천군의 역할이 매우 크다. 어린이들이 무궁화를 더 알고, 친근하게 생각할 만한 계기를 홍천군이 많이 만들어야 한다. 무궁화 수목원, 남궁억 기념관 등 많은 인프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은 체험이나 놀이로 배우고, 조경 실무자들은 식재·관리 분야를 배우고, 일반 국민들이 무궁화 배울 디지털 콘텐츠 개발에도 앞장서야 한다. ‘무궁화 교육 1번지 홍천’을 만들어야 한다. 무궁화는 콘텐츠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무궁화 차, 술, 떡 등 먹거리와 무궁화 품종, 무궁화 예술 작품, 무궁화 관광 상품을 선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최근 수원 등 전국의 다른 지자체가 적극 나서고 있는데 벤치마킹하고, 무궁화 축제도 1일 개최가 아니라 3일로 기간을 늘려야 한다. 앞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궁화 상품 개발은 어느 지자체나 할 수 있지만, 누가 먼저 시도하느냐가 관건이다. 민간의 참여를 늘리고, 기업 사회공헌 사업도 활용해야 한다.”
/종합토론/
△이홍우 명덕초교 교장=“고향 홍천에서 30년 넘도록 교육자로 일하고 있다. 무궁화 정신을 학교 교육 과정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무궁화 교육은 역시 ‘체험’이 중요하다. 직접 무궁화도 키워보고, 무궁화 축제도 가보는 것이 중요하다. 무궁화 축제가 한여름에 열려 폭염 속 교육 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중학생은 무궁화 정신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무궁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탐구’가 필요하다. 고등학생들은 무궁화를 활용한 지역 브랜드 디자인을 해보는 등 ‘사회 참여’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무궁화는 현장 체험 학습이 중요하지만, 속초 사망 사고 이후 많이 위축됐다. 지자체가 안전 인력을 지원한다면 홍천의 역사를 현장에서 안전하게 배울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김완수 홍천군 경제진흥국장=“주제발표와 토론을 듣고, 심포지엄 참석자들의 열기를 보면서 홍천군의 무궁화 진흥사업을 더 적극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성을 느꼈다. 2008년 무궁화 중심 도시 선정 이후 많은 사업이 추진됐는데, 향후 중요한 과제는 ‘연계성 확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프로그램, 시설을 하나로 연결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나라꽃 무궁화 도시 브랜딩을 강화하는 것도 과제다. 앞으로 캐릭터, 스토리 텔링을 활용하겠다. 무엇보다 홍천군메디칼허브연구소를 거점으로 무궁화의 약용, 식용 가치를 연구하고 제품으로 개발하는 산업화를 추진 하겠다. 특산품 개발도 과제다. 지역의 소상공인, 농업인들에게 무궁화 기술 교육을 지원하고, 공동 브랜드 개발을 통해 판로 개척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
△이강목 홍천농촌문화터미널 센터장=“모곡리가 고향이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모곡리 주민으로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한서 남궁억 선생 추모제다. 어릴 때는 도지사를 비롯해 수백 명이 왔지만, 무궁화 중심 도시 선정 이후 오히려 점점 잊혀졌다. 마을 주민들이 나서 기금을 모으고 2012년부터 2024년까지 추모식을 했고, 올해부터는 홍천문화원이 주관하고 있다. 남궁억 선생 추모제는 도 단위로 격상 돼야 한다. 도의 예산을 지원 받아 추모제의 격을 높여야 한다. 서면 일대 학교들의 남궁억 역사 교육이 취약해 진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개선돼야 한다. 무엇보다 무궁화의 나라꽃 법제화가 필요하다. 법적으로 국화로 지정돼야 한다. 또 서면, 북방면, 홍천읍을 넘어 10개 읍·면 모든 곳에서 무궁화 보급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
△김기선 한국무궁화연구회 회장(좌장·서울대 명예교수)=“홍천은 무궁화 메카 도시, 무궁화 중심 도시를 넘어 ‘무궁화의 성지’가 돼야 한다. 홍천이 간직한 남궁억 선생의 역사성과 정서를 담은 표현이 필요하다. 남궁억 추모제는 도 단위를 넘어 전국 단위로 격상 돼야 한다. 전국 각지에서 무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는 추모 행사로 만들어야 한다. 홍천과 무궁화의 연관성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다. 무궁화하면 홍천을 떠올 릴 수 있도록 홍보가 확대 돼야 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열띤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무궁화 관련 행사로 전국 지자체를 다녀봤지만, 홍천만큼 주민이나 기관·단체장들의 참여 열기가 높은 지역이 없다. 무궁화가 홍천 속에 자리 잡은 시기를 넘어, 이제는 무궁화 정신과 역사를 전국에 널리 알려나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