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지사 및 교육감의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선거라는 거대한 레이스의 막이 오른다. 그러나 선수들이 뛰어야 할 운동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선거구 획정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구역 정리’조차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의원 입지자들은 자신의 지역구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도 모른 채 공약을 짜고, 민심을 훑고, 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이는 선수에게 코스와 레인도 알려주지 않은 채 출발 총성부터 울리는 것과 같다. ▼공직선거법은 선거구 획정 기한을 선거일 1년(국회의원선거) 또는 6개월(지방선거) 전으로 엄중히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이자 국민과의 신성한 약속이다. 그러나 현실은 매번 여야 협상 지연으로 ‘깜깜이 선거’의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이 지점에서 제임스 Q. 윌슨과 조지 켈링의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을 떠올리게 된다. 정치권이 ‘관행’이라며 법정 기한을 어기는 행위는 민주주의라는 건물의 유리창을 쉴 새 없이 깨뜨리는 것과 다름없다. ▼무너진 원칙은 다음 파괴를 부르고, 방치된 규칙은 또 다른 불법을 정당화한다. ‘위법의 일상화’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의 기한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국민에게 법을 따르라고 요구하고 표를 호소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선거구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공약(公約)은 공허한 말장난, 즉 ‘공약(空約)’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인지도 싸움만 남게 된다. ▼혼란과 불확실성이라는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 놓고 선거를 치르도록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도박에 가깝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유권자에 대한 직무 유기이자 민주주의의 기본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심각성을 인식해야만 한다. 우리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약속과 규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선거는 진정한 ‘국민의 축제’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