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의 폐광지역 개발 기금(이하 폐광기금)이 올해 1,861억원으로 잠정 집계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1년 기금 도입 이후 20여년 만에 가장 풍족한 재원이 마련된 것이다. 특히 다음 달 31일부터는 법적 명칭마저 ‘폐광지역’에서 ‘석탄산업 전환지역’으로 변경된다. 이는 단순히 이름표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지난 한 세기 동안 국가 에너지 안보를 지탱해 온 석탄의 시대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생존 전략을 짜야 하는 역사적 전환점에 섰음을 의미한다. 이번 기금 증액은 2021년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 개정을 통해 기금 산정 방식을 ‘영업이익의 25%’에서 ‘총매출액의 13%’로 변경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것이 오늘날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돈의 쓰임이다. 강원자치도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비를 포함해 총 2조3,669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태백·삼척·영월·정선 등 4개 시·군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중 66%가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대체 산업 분야에 집중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청정메탄올 클러스터, 지하연구시설, 중입자 의료클러스터 등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미래 신산업들이 리스트에 올랐다. 과거 폐광기금이 도로를 닦거나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식의 단순 환경 개선이나 소모성 행사 혹은 전시행정적 관광지 조성에 소진되었다는 비판을 떠올리면, 이번 공격적 투자 계획은 분명 진일보한 방향이다. 석탄이 사라진 자리를 메울 수 있는 것은 결국 일자리와 혁신 산업뿐이기 때문이다.
129개 기업 유치와 3만명 고용 창출이라는 목표가 장밋빛 환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교한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선,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사상 최대 기금이라 할지라도 4개 시·군에 나눠주기식으로 배분하다 보면 정작 핵심 동력이 될 대규모 프로젝트는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시·군 간의 이해관계를 넘어 강원 남부권 전체의 산업 지도를 바꿀 수 있는 거점별 전략이 작동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다. 정부 예산과 기금이 투입되는 초기 단계에는 활발해 보일 수 있으나, 지원이 끊긴 후에도 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더 나아가 감시와 투명성이다. 기금 규모가 확대될수록 이권 개입이나 예산 낭비의 유혹도 커지기 마련이다. 단 한 푼의 기금도 헛되이 쓰이지 않게 하는 철저한 관리 감독 체계가 가동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