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웬일이야. 치즈가 사라졌어."
헴이 고함쳤다.
"치즈가 없다구. 치즈가!"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댔지만 허망한 메아리만 되돌아올 뿐 치즈는 돌아오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붉어진 얼굴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미로 속에서 드디어 찾아낸 거대한 치즈 창고. 이 곳에서 풍요롭고 안정적인 생활을 해 오던 꼬마 인간 '헴'과 '허',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는 어느날 아침 텅 빈 창고를 마주하게 된다. 창고의 치즈가 줄어들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던 생쥐들은 곧장 새로운 치즈를 찾아 미로를 향해 달려갔다. '허'도 오래 지나지 않아 생쥐들과 같은 선택을 했다. 쉽지 않은 여정 끝에 발견한 또 다른 치즈 창고에서 '허'는 함께 떠나길 거부했던 친구 '헴'을 기다린다.
1998년 출간된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고교 동창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잘 살고 있는 줄만 알았던 친구들이 저마다 어려움을 토로하자 마이클은 꼬마인간과 생쥐들의 치즈 창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30여년 가까이 된 자기계발서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책이 보내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치즈를 따라 움직여라. 그리고 맛있게 먹어라'
120여쪽의 이 책을 다시 곱씹으며 떠오르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국민의힘이다.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는 제1야당의 모습이 텅 빈 창고에 홀로 남은 '헴'와 겹쳐 보여서다.
6·3지방선거를 100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지금,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바람 앞에 촛불 신세다. 지지율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을 찍은 상태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의 '안방'이나 다름 없었던 영남지역에서도 여당에 지지율을 역전당했다. 강원 역시 마찬가지다.
올 들어 발표되고 있는 강원지역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좀 더 힘을 실었던 강원도민들이 이제는 등을 돌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한 모습이다. 당내 노선을 둘러싼 분열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뛰는 지방선거 주자들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는데도 당 지도부는 우왕좌왕이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전략은 무엇인가. 지지율을 끌어올릴 동력이 아직 국민의힘에 남아 있는가. 야당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혹시 누군가가 다시 치즈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아주길 기다리고만 있는 '헴' 이 된 건 아닐까.
국민의힘은 제1야당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무리 고공행진을 해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거침없이 나아가도 야당으로서 해야할 본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건전하고 올바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여당도 '치즈의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풍요로운 현재에 만족하고 있던 두 꼬마인간과 닮아있진 않은지 검열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지지율은 공짜로 얻는게 아니다. '텃밭'이니까, '안방'이니까 결국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궁색하다. 새로운 치즈를 찾아나선 생쥐들과 '허' 처럼 달라진 환경에 능동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명확하다. 쇄신과 변화, 그리고 민생.
다시 치즈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래서, 남겨진 '헴'은 어떻게 됐을까.
스펜서 존스는 후속작인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에서 '헴'의 모험기를 그린다. 허기에 시달리던 '헴'은 결국 미로 속으로 나아간다. 그 곳에서 새로운 친구 '호프'를 만나 마침내 밝은 빛 속으로 걸어나온다. 한번도 본 적 없지만,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치즈와 사과가 있는 곳으로.
빈 창고에 남을지, 미로 밖으로 나올지는 각자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