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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지는 연잎에서 길어 올린, 생의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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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권승연 13번째 개인전 ‘삶, 뒤울림’… 29일부터 강릉시립미술관
마젠타 한 톤에 담은 소멸과 잉태… 회화와 영상, 설치로 만나는 ‘동시성’

◇권승연 作 ‘존재의 빛’

강릉에서 활동하는 서양화가 권승연의 열세번째 개인전 삶, 뒤울림 Echoes of Life’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강릉시립미술관 교동 1전시실에서 개최된다. 강릉문화재단 후원과 강릉시립미술관의 지원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동양적 소재인 ‘연’을 서양화적 조형 언어로 재해석해 평면 회화는 물론 영상, 설치 등 다채로운 매체로 선보이는 자리다.

이번 전시의 작업은 물가에서 사그라져 가는 한 장의 연잎을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작가는 금빛으로 갈라지며 마지막 호흡을 흘려보내는 연잎의 모습을 단순한 소멸이나 슬픔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의 끝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통해 그 생이 얼마나 뜨겁고 충만했는지를 캔버스에 담아냈다.

◇권승연 作 ‘사라짐의 울림’

작품의 핵심 소재는 사그라지는 연잎과 연의 씨앗인 ‘연자’다. 특히 작품 속 연자는 단순한 생명의 시작점이 아니라, 이미 피고 진 연꽃의 기억과 아직 피어나지 않은 생명의 기운이 나란히 머무는 ‘동시성’을 품고 있다. 작가는 “나는 아직 피지 않았다. 그러나 내 안엔 연이 머문다”라는 고요하고 복합적인 내면의 목소리를 자홍색으로 불리는 색채적 상징  ‘마젠타(Magenta)를 통해 표현해 냈다.

빨강과 파랑을 혼합해야 나오는 마젠타는 뜨거움과 차가움, 정열과 침묵 등 상반 온도가 공존하는 색이다. 작가는 붓질을 겹겹이 포개는 전통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단 하나의 톤을 얼마나 충만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지, 그 밀도에만 온전히 집중했다. 층을 덧대어 얻는 깊이가 아니라, 한 톤 안에서 길어 올린 농도로 화면을 채운 것이다. 소설가 이순원은 작품이 보여주는 선명한 빛과 색의 대비가 관람객에게 허무를 넘어선 “찰나의 현기증과도 같은 생의 환희와 기쁨”을 선사한다고 평했다.

◇권승연 作 ‘흔적’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에서 회화를 바탕으로 확장된 다각적인 시각 경험을 할 수 있다. 영상 작업은 캔버스 위의 연자, 마젠타 색상과 함께 ‘한 생의 흔적과 다음 생을 잇는 조용한 고백’을 들려준다. 또 전시장 바닥을 연못으로 가정하고 색색의 매트와 연밥을 활용한 설치 작업은 잊힌 기억과 내면의 울림, 변화의 에너지를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게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나의 회화, 영상, 설치 작품을 통해 ‘생명-시듬-흔적-뒤울림’의 과정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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