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전국 최초 설악산 ASF 울타리 철거 시작⋯방역·생태 공존 시험대

읽어주는 뉴스

2019년 설치된 광역울타리 철거 착수
설악산 한계령 구간 울타리 제거 완료
울타리 방역 실효성·생태계훼손 지적에
정부 4단계 울타리 관리방안 대책마련
환경단체 “장기적으로 완전 철거해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해 설치된 광역 울타리의 철거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강원 설악산에서 시작됐다. 방역 실효성 논란과 생태계 훼손 지적이 이어진 끝에 정부가 울타리 설치 7년만에 단계적 철거에 착수하면서 ASF 방역 정책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야생동물의 이동 통로를 복원하는 이번 조치가 방역과 환경 보전이라는 상반된 과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5일 인제군 북면 한계리 설악산국립공원 일대에서는 ASF 차단 울타리 막바지 철거 작업이 진행됐다. 작업자들이 철제 기둥에 연결된 울타리를 잘라내자 도로와 산림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높이 1.5m의 장벽이 사라졌다. 지난달 13일부터 한달간 진행된 작업으로 한계령 구간 19.6㎞의 울타리가 모두 철거됐다. 전국 ASF 광역 울타리 가운데 첫 철거 사례다.

ASF 광역 울타리는 2019년 국내 첫 ASF 발생 이후 멧돼지 남하를 막기 위해 설치됐다. 그러나 올해 초 전북 고창과 전남 영광, 경남 창녕 등 남부권에서도 ASF가 발생하면서 방역 효과를 둘러싼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다. 산양 등 야생동물 이동 통로를 단절시키고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강원지역 울타리 관리 예산은 2024년 17억원, 2025년 8억6,000만원, 2026년 9억2,000만원 등 매년 1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ASF 차단 광역울타리 관리방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울타리 구간을 △우선 철거 △철거 확대 △중장기 철거 검토 △존치 등으로 구분하고, 방역 필요성과 생태 영향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내용이다.

국립공원과 울타리가 중복 설치된 구간은 우선 철거 대상으로 분류돼 올해부터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6월에는 인제군 북면에서 고성군 토성면까지 이어지는 미시령 5.7㎞ 에 대한 철거 작업도 진행된다. 우선 철거 구간은 총 136.6㎞로 이중 강원지역이 80.7㎞를 차지한다. 다만 해당 구간을 모두 철거하는 데 최소 2년 이상과 1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해 철거 속도와 재정 부담은 과제로 남아 있다.

환경단체는 이번 철거를 반기면서도 생태계 보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완전 철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설악산 국립공원 울타리 철거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산양 최대 서식지인 화천·양구 등 북부지역 울타리를 빠르게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울타리 철거로 방역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ASF 발생과 재확산 가능성을 고려해 울타리 철거 이후에도 양돈농장 방역에 차질이 없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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