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 아동학대 현장의 최전선에서 아이들을 지켜야 할 전담 공무원들이 살인적인 업무량과 정신적 고통 속에 방치되어 있다. 보건복지부가 권고한 공무원 1인당 연간 사건 처리 기준은 50건 이하다. 하지만 도내 실태는 이 기준이 현장과 얼마나 동떨어진 탁상행정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강릉은 1인당 80건, 춘천 60건, 원주 58건 등 주요 도심권 공무원들은 이미 한계치를 한참 초과한 업무를 떠안고 있다. 이러한 인력 부족 현상은 단지 “공무원들이 고생한다”는 노동 환경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국가가 구축한 아동보호시스템 전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위험 신호이자, 정작 보호받아야 할 피해 아동들에게 적기에 구조의 손길이 닿지 못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경고다.
현장 공무원들의 목소리는 비명에 가깝다. 연간 200건이 넘는 신고 중 학대로 판단되는 150건을 단 두 명이 감당해야 하는 지자체의 현실은 처참하다. 학대 신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새벽이든 휴일이든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과 함께 즉각 현장으로 출동해야 하는 이들은 늘 극도의 긴장 상태 속에서 살아간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감정 노동과 정신적 피로감이다. 조사 과정에서 가혹한 학대와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반복해 듣고, 때로는 가해 부모의 격렬한 저항과 폭언을 몸으로 버텨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겪는 2차 트라우마는 상상을 초월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동학대 전담 부서는 공직 내부에서 가장 기피하는 부서가 됐다. 아동학대 조사는 현장의 미묘한 징후를 포착하는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러나 잦은 인력 교체로 인해 직무 전문성이 연속성 있게 쌓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의심 사례는 연평균 1,608건에 달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18개 시·군 전담 공무원은 고작 36명뿐이다. 산간 지역이 많아 이동 거리가 길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면, 일선 공무원들이 체감하는 업무 강도는 수치 그 이상이다. 이제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단순히 일반 행정직 공무원을 순환보직으로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회복지 및 아동보호 분야의 전문 자격을 갖춘 인력을 전문경력관 등으로 채용해 장기 근속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야간·휴일 출동에 대한 확실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고위험군 사례를 다루는 공무원들에게 위험수당 지급 및 심리치료 지원을 의무화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