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왕과 사는 남자’가 던진 화두, 횡성 삽교 안석경의 잠든 유산을 깨우자

읽어주는 뉴스

이남규 미소금융강원춘천법인대표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영월이 뜨고 있다. 단종의 애달픈 역사와 영월의 공간을 엮어낸 이 한 편의 영화가 사람들을 움직였다. 역사적 사실과 인물이 결합한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강력한 지역자산이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강원도는 이미 인문학적 인물 마케팅을 잘하고 있다. 강릉의 율곡 이이, 춘천의 김유정, 영월의 김삿갓, 평창의 이효석, 인제의 한용운에 이르기까지. 각 시·군은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적 인물을 발굴해 축제와 관광 콘텐츠로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그러나 아직도 발굴해야 할 문화적 인물이 많다. 횡성에도 이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위대한 인문학적 자산이 존재한다. 바로 조선 후기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 일대에 기거하며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삽교(霅橋)안석경 (安錫儆, 1718~1774)선생이다.

 안석경 선생은 당대의 주류 성리학적 틀에 갇히지 않고,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통찰한 실학풍의 문인이다. 그는 횡성 삽교에서 한시 5백여 수, 소설 18편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그가 남긴 문집‘삽교만록(霅橋漫錄)’이 조선 후기 문학과 사상사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이름과 문학적 유산은 여전히 대중에게 낯설다. 횡성의 깊은 계곡 속에 잠들어 있다. 타 시·군의 성공 사례를 거울삼아, 이제 횡성도 안석경이라는 큰 인물 자산을 깨워야 할 때다.

 이에 지역 문화 활성화와 관광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해 본다.

첫째, 선생이 기거했던 공간을 재발견하는 일이다. 문화 관광의 핵심은 인물이 호흡했던 ‘공간’을 체험하는 것이다. 평창 효석문화마을이나 춘천 김유정문학촌처럼, 안석경 선생이 머물며 집필 활동을 했던 둔내면 삽교리 일대를 가칭 ‘삽교 문학 마을’로 조성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실제로 선생이 바라보았던 횡성의 아름다운 자연은 그의 글을 통해 ‘삽교구곡(霅橋九曲)’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가 머물던 집터 복원 및 문학관 건립을 통해 관광객이 머물며 사색할 수 있는 공간적 인프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둘째, 선생의 작품 콘텐츠를 현대화하는 일이다.

삽교만록』에 담긴 흥미로운 일화와 조선 후기 사회상은 현대적인 웹툰, 애니메이션, 혹은 인문학 기반의 영상 콘텐츠로 재탄생하기에 훌륭한 원천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영월을 뜨게 한 것처럼, 실제로 안석경 선생의 소설 ‘검녀(劍女)’등은 젊은 세대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스토리텔링 소재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셋째, 선생이 남긴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영월 김삿갓 문화제나 강릉 율곡제처럼, 횡성만의 차별화된 ‘삽교 인문학 축제(가칭)’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문학과 힐링이 결합한 고품격 문화 축제로 브랜드화한다면 횡성의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BTS)공연이 어마어마한 돈으로 되돌아오듯이 문화(Culture)가 곧 경제가 되는 시대다. 때마침 차기 횡성군정의 캐치프레이즈가 ‘5백만명 관광시대’를 표방한다. 횡성군과 지역 문화계, 그리고 군민들이 뜻을 모아 묻혀 있던 삽교 안석경 선생의 유산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 내길 기대한다

라이프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