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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몸은 무엇입니까”… 거장의 54년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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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미스트 유진규, 25·26일 춘천 ‘축제극장 몸짓’서 신작 마임 ‘꽃’ 공연

◇마이미스트 유진규의 공연모습. 강원일보 DB

대한민국 대표 마이미스트 유진규의 신작 공연 '유진규 마임 2026 꽃’이 오는 25, 26일 오후 7시30분 춘천 ‘축제극장 몸짓’에서 열린다. 생을 예술에 바쳐온 거장이 자신의 예술적 고향이자 수많은 실험이 태동했던 삶의 터전인 춘천에서 다시 한번 관객과 마주하는 뜻깊은 무대다.

‘유진규 마임 2026 꽃’은 그가 1972년 극단 ‘에저또’ 입단 이후, 54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쉼 없이 탐구해 온 공연예술의 본질을 생의 후반부에 이르러 다시 정면으로 대면하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화려한 기교나 극적인 서사를 철저히 걷어낸다. 

그 대신 늙고 쇠약해진 몸이 끝내 지우지 못한 치열한 움직임과 존재의 흔적을 짙은 어둠과 한 줄기 빛, 몸과 침묵으로 오롯이 담아낸다. 젊은 시절의 역동적인 몸짓과는 달리 세월의 풍파 속에 주름진 육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꾸밈없는 진정성을 묻는 작업이다.

◇마이미스트 유진규의 공연모습. 강원일보 DB

유진규의 신작은 지난해 겪은 큰 병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척추관 협착증 수술과 대상포진으로 몸이 무너지는 고통 속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됐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 물음이 그것이다. 병상에서 떠올린 이런 근본적인 질문들이 이번 작품의 씨앗이 됐다.

그가 주목하는 건 활짝 핀 꽃이 아니라, 지기 직전의 꽃이다. 가장 화려한 절정보다, 사라지기 바로 전 순간, 그때 꽃은 오히려 더 강렬하게 빛난다. 그리고 꽃이 진 뒤에도 무언가는 남는다. 향기일 수도 있고, 기억일 수도 있다. 

그는 인간의 몸도 이렇게 바라본다. 살과 뼈로 이루어진 정형화 된 틀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고 감정이 스치고 기억이 쌓이면서 만들어진 흔적의 총합. 그래서 그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 “당신의 몸은 무엇입니까?”는 단순하면서도 묵직하다.

◇마이미스트 유진규의 공연모습. 강원일보 DB

이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이 단순한 수동적 관찰자에 머물지 않고 ‘공연의 일부’가 되는 참여 경험에 있다. 관객은 공연장 입구에서 작은 손전등 하나만 든 채 칠흑 같은 어둠을 통과하며 작품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익숙한 시각 위주의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어둠 속 미세한 소리와 냄새, 침묵과 기다림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는 장치다. 구체적인 설명이나 해석을 과감히 생략하고 관객 스스로 어둠과 빛 사이에서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구조다.

유진규는 “'꽃'은 피어나는 공연이 아니라 사라지며 남는 공연”이라며, “고요함 속에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동안 관객이 자신의 잊고 있던 감각과 존재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유진규 마임 2026 꽃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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