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쿠버올림픽은 문화올림픽 시초
원주민 토템 문화 엠블럼으로
'역사 한눈에' 개막식도 화제
지방정부보다 민간 중심으로
컨트롤 타워 역할 단체 필요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은 비교적 역사가 짧은 캐나다의 문화를 알리는데 획기적인 기회가 됐다. 짧은 역사는 캐나다가 건국되기 전 터를 잡고 살고 있던 원주민의 문화를 전면에 내세웠고, 각종 전시회와 공연 등을 선보이며 현대 문화의 발전상을 내세웠다.
문화올림픽의 대표주자 격인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사례를 통해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문화올림픽 위한 컨트롤 타워 부재
올림픽은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겨루는 체육경기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올림픽이 세계인의 축제로 성장을 거듭하면서 개최국은 올림픽 기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문화적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경험이 있다. 당시 미지의 나라에서 세계로 도약하는 이미지를 유감없이 선보였고, 개발도상국에 희망과 용기를 심어줬다는 평가다. 16년 만에 치르는 올림픽은 당시 상황과 많이 다르다. 이미 국격은 높아졌고, 경제 규모도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이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은 문화올림픽으로서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 명분이 힘을 얻게 된다.
지역에서 펼쳐지는 웬만한 행사는 문화올림픽을 지향하는 문구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문화올림픽으로의 가치를 추구할 컨트롤 타워가 없어 뚜렷한 색깔을 띠지 못하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문화도민운동협의회가 구성돼 있지만, 올림픽 유산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보다는 올림픽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는 실정이다.
또 올림픽에서 선보일 공연예술, 시각예술을 위해 11회째를 맞이한 대관령국제음악제와 올해 첫선을 보인 강원국제민속예술축전, 지난해에 이어 내년에 열릴 평창비엔날레 등 굵직한 문화행사가 마련돼 있지만, 정작 전체적인 틀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통합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이 미흡하다.
지방정부의 역할이기보다 민간 중심의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리프트 필랜스로피 파트너즈 재단(Lift Philanthropy Partners)이 올림픽을 계기로 문화적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유산(Legacy)을 남기기 위한 역할에 앞장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브루스 듀어 리프트 필랜스로피 재단 CEO는 “일방적 문화를 전달하는 식이 아니라 교류하고 연대하면 더욱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또 그것을 문화유산으로 남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문화를 세계화로 이끌어야
호주 출신의 연출가 데이비드 애킨스가 총감독을 맡아 화제가 된 밴쿠버올림픽 개막식은 화려한 3D 영상으로 캐나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원주민들이 전통 춤을 추는 등 건국 이전의 원주민 역사를 캐나다 역사로 포함했다.
개막식 공연에서는 캐나다 출신의 유명가수들이 나와서 더욱 흥미를 더했다. 올드 팝 '해븐(Heaven)'으로 유명한 가수 브라이언 아담스와 2007년 그래미어워드 팝보컬상을 수상한 넬리 퍼타도가 같이 부른 '뱅 더 드럼(Bang the Drum)'을 시작으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사라 맥라클란의 올림픽 공식 주제가 '하나의 꿈(One Dream)', 그리고 레너드 코헨의 유명한 올드 팝 '할렐루야'를 부른 캐나다의 가수 K.D. 랭까지, 화려한 캐나다인 가수들의 무대로 올림픽 개막식은 더욱더 달아올랐다.
우리에게도 풍부한 전통문화와 현대 음악 주류로 편승된 K-팝(Pop) 등 보여줄 게 산재해 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세계 시민에게 선보일지 고민해야 한다. 전통문화의 세계화 작업을 위해 관련 문화기획자를 양산하고,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로 재생산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자치단체 뿐 아니라 학계와 문화예술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
■무엇을 보여줄지 고민해야
밴쿠버올림픽은 문화올림픽의 시초로 불린다. 원주민 토템 문화는 올림픽 엠블럼으로 쓰일 정도로,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다.
올림픽 기간을 포함해 1월22일부터 3월21일까지 두 달에 걸쳐 펼쳐진 '2010 밴쿠버올림픽 예술축제'는 자국의 문화예술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다채로운 예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대거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무형문화재와 명장, 현대작가 등 45명이 참가해 '한-캐나다 공예 특별전' 형태의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캐나다의 미술가들이 '끝없는 대지의 횡단'이라는 주제 아래 컨템퍼러리 아트를 선보이고, 원주민인 이누이트 족은 전통 공연을 펼치는 등 각 주의 오케스트라와 밴드가 개성 넘치는 음색을 들려주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숱하게 널려있는 전통문화가 있는 것이 캐나다 밴쿠버보다 큰 장점으로 꼽힌다. 또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등 찬란한 기록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도록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해 올림픽 기간 강원도를 찾는 세계 시민에게 선보여야 한다. 밴쿠버는 올림픽 기간 이전까지 매년 색다른 주제를 정해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을 착안해 주제의식을 분명히 하고, 깊은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김병철 강원발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문화올림픽 콘텐츠 개발과 문화올림픽 인프라 및 환경 조성, 올림픽 문화유산의 창조와 활용 등과 관련된 기본 및 실행계획 수립이 다소 늦은 경향이 있다”며 “추진 시스템 구축 등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 추진이 필요하며, 민간 주도의 문화올림픽 운동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밴쿠버=허남윤기자 paulhur@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