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법정에서 만난 세상]판사님, 벌금도 카드 할부 되나요?

서효진 춘천지법 원주지원 판사

열 살 된 아들의 친구가 필자의 집에 놀러와 묻는다.

“아줌마는요, 그렇게 돈이 많은데 왜 이런 평범한 집에 살아요?”

“응? 아줌마가 왜 돈이 많다고 생각해?”

“아줌마는 판사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잘못하면 아줌마한테 벌금 내잖아요. 그 돈 엄청 많을 거 아니에요?”

어린이다운 귀여운 생각이다. 필자는 살며시 웃은 다음 아들 친구에게 설명해 주었다. “아줌마는 형사재판만 하는 거고, 벌금은 판사에게 내는 게 아니고 국가에 내는 거란다. 그리고 아줌마는 국가에서 월급만 받는단다.”

그렇다. 피고인들이 납부한 벌금은 판사들이 가지는 것이 아니고 국고에 귀속된다. 이것은 알고 계신 분이 많을 듯하다. 그렇다면 벌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는지는? 분할납부할 수 있는지는? 여기에 대하여는 모르는 분이 있을 수 있다. 필자는 최근 2년 동안 벌금형(罰金刑)의 약식명령(略式命令·피고인을 벌금, 과료에 처하는 간이재판, 피고인은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음)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사건을 담당하였는데 '벌금 지급시기를 유예하여 달라, 벌금을 분할납부하게 해달라, 신용카드 3개월 할부로 결제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피고인이 종종 있었다.

이참에 필자가 법정에서 하여 왔던 답변을 자세하게 정리하여 보겠다.

벌금은 약식명령 또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지정 금융기관에 직접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고, 지명수배자로서 검거된 사람 또는 노역장 유치 집행 중인 사람의 가족 등이 직접 방문하여 납부를 원하는 경우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현금납부가 가능하며, 아직까지는 벌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는 법적 제도는 없다.

벌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노역장(役場)에 유치(留置)되므로 미리 벌금 납부기한 내에 검찰청에 별도로 분할납부 또는 납부연기를 신청하여야 하는데 신청자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차상위계층 중 의료급여법에 따른 의료급여대상자, 한부모가족 지원에 따른 보호대상자 등 일부, 장애인, 본인 외에는 가족을 부양할 사람이 없는 사람, 개인회생절차 개시결정자, 고용보험법에 따른 실업급여수급자,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사람 등등'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 집행사무규칙에서 정하는 각 요건에 해당되어야 분할납부, 납부연기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분할납부 또는 납부연기 기한은 6개월 이내이고 검사의 허가를 받아 그 기한을 3개월의 범위에서 2회에 한하여만 연장할 수 있다.

참고로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에 의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확정된 벌금 미납자는 검사의 납부 명령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관할 검찰청에 사회봉사를 신청하여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 대체허가를 받을 수 있으므로, 벌금납부 대신에 사회봉사를 하는 것도 고려하여 보시기 바란다. 결론적으로, 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은 판사이지만, 법원에서 확정된 벌금형의 집행(벌금을 징수하는 업무)을 담당하지는 아니하므로, 판사에게는 벌금납부와 관련한 아무런 권한이 없고, 벌금의 납부기한유예 및 분할납부는 법원 바로 옆에 있는 검찰청에 가셔서 별도로 신청하셔야 한다. 또한, 아직까지는 벌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없으므로, 벌금을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하게 해달라는 피고인의 요청은 안타깝게도 그 누구도 들어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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