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소통과 화합! 백년 장수기업을 꿈꾸다'라는 주제로 기업승계 1·2세대 130여명이 참가한 장수기업 희망포럼이 강릉 씨마크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부모와 자식을 넘어 창업주와 후계자가 평소 가슴 속에 묻어 뒀던 이야기를 나누는 아름다운 동행을 함으로써 마음으로 전하는 기업승계를 추구하고자 중소기업중앙회 주관으로 1박2일 동안 진행됐다. 중소기업 재능기부단 출범, 황철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기조강연, 김선화 한국가족기업연구소장의 기업승계 힐링토크, 화합 한마당인 하모니 페스티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으며 특히 둘째 날에는 오죽헌, 하슬라아트월드, 정동진역, 솔밭길-안목항 커피거리로 이어지는 감성투어에 이어 전통시장인 강릉 중앙시장에서 지역특산물 구매 및 먹거리 체험 등 지역경제 살리기 행사도 진행됐다.
포럼은 당초 부산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올해 산불과 태풍 등으로 피해를 입은 동해안 지역경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하는 강원도지사와 중소기업중앙회장의 뜻이 합쳐져 강릉으로 변경됐다. 이번 포럼 참가자들은 기업승계를 단순히 부(富)의 대물림으로 보는 사회의 인식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기업승계는 창업주의 경영철학, 기술 등 기업가 정신을 계승해 기업의 지속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후대의 당연한 도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많은 중소기업인은 기업승계 과정이 창업이나 위기 극복보다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원활한 기업승계를 위해서는 계획적 기업승계를 위한 사전 증여 활성화,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첫째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를 현행 1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확대와 증여자 범위 확대 등을 통한 사전 증여 활성화 지원, 둘째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기간 완화, 고용유지 조건 현실화, 피상속인 최대 주주 지분 요건 완화 등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독일과 같이 장수기업이 많은 국가는 가업상속에 대해 상속세를 큰 폭으로 감면해 주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기업승계지원제도는 일본, 독일 등에 비해 지원 범위가 협소할 뿐더러 지원 규정도 엄격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이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세수 및 세율 측면에서 상속·증여세 부담이 두 번째로 높은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명문장수기업 확인, 강원도의 백년기업 선정 등 정부나 각 지자체에서는 명칭은 다소 다르더라도 장수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승계에 대한 지원 없이 장수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기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확대와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주는 대신 수혜를 받은 기업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투자 확대와 고용 증대를 약속하고, 이를 지키게 하는 방법을 통해 국가의 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업승계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 및 일자리 유지를 통해 국가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