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도매 ㎏ 3,105원 평년比 낮아
삼겹살집 18곳 중 16곳 가격 유지
유통업도 판매 부진 가격 못 내려
국산 돼지고기의 산지 도매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지만 소매가격은 요지부동이어서 축산농가 경영난과 소비심리 회복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돼지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소매점 납품가격은 변동 없어=11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1㎏당 3,105원으로 3개월 전과 비교하면 17.08% 하락했다. 설 연휴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2,000원대까지 떨어진 것에 비하면 다소 회복했지만 여전히 평년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식당에서 지불하는 소매가격은 그대로다. 본보가 도내 삼겹살집 18곳의 가격대를 취재한 결과, 이 중 16곳은 가격대가 그대로였고, 2곳은 오히려 인상 예정이었다.
도매가격 하락세가 소매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는 '납품 가격'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춘천의 A고깃집 점주는 “중간 유통업자에게 받는 납품가격은 변동이 없다”며 “임대료, 인건비 상승분을 감당하기 위해 오히려 판매가격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경기침체, 아프리카돼지열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등 악재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매출이 부진한 것도 소매점에 부담이다.
■유통업자들 판매량 부진에 가격 못 내려=중간 영세 유통업자들도 납품가격을 섣불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영서권의 B도매상은 “돼지고기 수급이 지난해부터 불안하고, 조만간 나들이철이 시작돼 수요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어 도매가격이 급락했다고 쉽게 내리지는 못한다”며 “손해와 이익을 보는 시기가 오락가락해도, 가격을 일정선 유지하며 마진을 맞춰가는 게 유통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격을 내리지 않아도 중간 유통업체들도 매출 부진은 심각하다. 식당으로 납품되는 고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C유통업자는 “매일 1상자씩 납품하던 가게들이 2~3일에 한 번씩만 고기를 사는 정도로 위축됐다”며 “최근 2년 연속 판매량이 15%씩 줄었다”고 말했다. 장성훈 한돈자조금 대의원회 의장은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가격 안정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하림·김수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