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입학식. 우리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을 거쳐 제대로(?) 된 사회생활의 첫 신고식을 치르는 날이다.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입학식에서는 서로 다른 색깔의 긴장이 흐른다. “이번엔 어떤 아이들이 입학했을까(선생님의 긴장감)”, “어리광만 부리던 녀석인데 잘할 수 있을까(엄마·아빠의 긴장감)” 그리고 아이들의 긴장감… “후~.”
지금으로부터 48년 전, 1972년 춘천 중앙초교 입학식 장면이다. 보통 여덟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들은 1965년생이다. 지금은 쉰여섯. 세상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불혹·40세),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지천명·50세)에 다다른 이들.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귀엽다. 인정.
두꺼운 외투·장갑·모자 중무장…반 깃발아래 줄서기 추억속 풍경
2,400여명 공부하던 중앙초…학년당 1개 학급 소규모학교로 변해
2020년에는 아직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 입학식이 점점 미뤄지고 있다. 기다림의 시간은 언제 끝날까?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사태를 '팬데믹(Pandemic)'으로 규정했다. 팬데믹은 전 지구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말한다. 세계 각국에 퍼지면서 재난상황으로 확대되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정에서 학교로, 다시 사회로 감염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전국의 학교 개학을 4월로 연기됐다.
낯선 4월 입학식이 열린다. 과거 3월 입학식은 추워서 두꺼운 외투나 장갑 그리고 모자로 중무장했었다. 낮 기온이 크게 오른 4월 입학은 반팔 옷을 입고 등교하는 풍경이 연출될지도 모르겠다.
1972년으로 플래시백(Flashback)한다.
집에서 함께 놀아주던 형과 누나들이 하나 둘씩 학교에 진학하면서 홀로 남았다. 빈둥대며 혼자 노는 것은 결말이 뻔히 보이는 드라마처럼 재미가 없었다. 목을 쭉 빼들고 학교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미취학 아동의 하루는 형과 누나들이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하던 느린 시간의 연속이었다.
드디어 내가 학교에 입학하는 날이 정해졌다. 시간은 왜 이리 천천히 가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세계로 첫 발을 내딛는 입학식은 낯선 친구들과 선생님 얼굴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된다. 입학식 기억은 첫 번째가 가슴에 단 손수건, 두 번째가 앞으로 나란히, 세 번째가 줄서기다.
그때는 그렇게 콧물을 흘리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옷소매는 늘 맨들 맨들. 그래서 한쪽 가슴에 주렁주렁 손수건을 달아야 했다. 신입생들의 시선이 선생님에게 쏠린다. “앞으로 나란히” 선생님이 구령과 팔 동작 시범을 보인다. 이어 여덟 살 꼬맹이들도 두 손을 어깨 높이까지 앞으로 들어 올린다. '앞으로 나란히'는 제도권 교육에 들어선 후 첫 번째 배우는 행동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 많은 또래아이가 어디서 왔을까도 궁금했다. 이때 키 순서대로 줄서기는 고교 졸업까지 이어졌다. 올망졸망한 신입생들이 운동장에 서서 입학식에 참가하고 있다. 학급별로 모여 있는 학생들 뒤로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입학식을 지켜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초등학교 입학식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가장 큰 관심사다.
1996년 초등학교로 이름을 바꾸기 전 초등학교는 국민학교로 불렸다. 초등학교시절 절반은 운동장에서 보냈다. 아침마다 운동장에 모여 열린 조회 시간은 늘 국민체조가 함께했다.
1970년 입학한 정학균씨는 “중앙로, 약사동, 죽림동, 낙원동, 요선동, 소양로 지역의 학생들이 입학해 한 학급에 60명 그리고 6개 반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1970년대 춘천 중앙초교는 42~45개 학급으로 2,300~2,400명의 학생이 공부했다. 당시 교직원도 45명이다. 현재는 18개 학급에 406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교직원은 50명이다.
춘천 중앙초교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교로 시작됐지만 1945년 광복과 함께 중앙초등학교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중앙로를 중심으로 상가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학생 수도 늘었다.
춘천중앙초교는 외곽지역으로 도시가 팽창하면서 중앙로 중심의 상권이 무너지자 학생 수가 급감했다. 학년당 1개 학급을 겨우 유지하는 등 소규모 학교로 변했다. 도심 공동화 상황이 지속되면서 폐교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요선동의 아파트와 근화동의 군인 아파트 등이 신축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학생 진학인원이 늘어나면서 예절교육관 등이 일반교실로 변경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다음 달 6일 75번째 입학식이 열린다. 1945년 개교와 함께한 입학식 전통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