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강원도]춘천고보 항일독서운동 ‘상록회 사건’ 비중있게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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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간 자료 모아 출간 화제
대하소설 ‘까마귀' 원전으로 해
소설 속 춘천 비중 3분의1 달해

인제 출신 소설가 한수산의 장편소설 ‘군함도(창비 刊)’는 일제강점기 하시마섬(군함도) 강제징용과 나가사키 피폭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치밀한 취재와 고증을 기반으로 한 사실적인 내용으로 2016년 출간 당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2017년 동명의 영화가 황정민, 송중기 주연으로 개봉되면서 일부에서는 영화의 원작이라고 소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다른 별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한수산의 대하소설 ‘까마귀’를 원전(原典)으로 한다. 한수산 작가는 1988년 일본 도쿄의 한 고서점에서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만나게 된 후 소설 집필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듬해부터 생존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는 등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한 작가는 취재를 위해 하시마섬과 나가사키에만 10여 차례 방문하는가 하면, 원폭 실험장소인 미국 캘리포니아 네바다주까지 다녀오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쳐 2003년 5권 분량의 소설 ‘까마귀’를 상재하게 된다. 이어 일본어판 군함도(2009년)도 출간한 그는 작품 보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전작들을 대폭 수정하는 한편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3,500매 분량의 소설 ‘군함도’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27년 만의 일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의 출신과 배경이 새롭게 설정되는데, 상당 분량으로 주인공의 출신·성장지로 한 작가가 학창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한 ‘춘천’을 등장시킨다. 친일파 집안의 아들 지상과 춘천고등보통학교(춘천고보·현 춘천고) 출신 우석의 만남 그리고 이들이 ‘상록회 사건’에 뜻을 함께하는 내용 등이 그것.

이처럼 실재(實在)했던 춘천고보의 항일독서운동인 ‘상록회 사건’이 소설의 방대한 서사에서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고, 일본어로 된 당시 춘천고보의 교가도 등장하는 등 춘천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소설의 3분의 1에 달할 만큼 크다.

1·2권으로 구성된 소설은 하시마섬에서의 지옥 같은 삶 그리고 나가사키로 이어지는 끊이지 않는 비극의 굴레를 한 작가 특유의 장엄하지만 처연한 문장으로 녹여내고 있다.

오석기기자 sg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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