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이 짙게 깔린 공간, 올해의 태양이 바다 위로 떠오르며 세상을 비춘다. ‘돈’, ‘행복’, ‘사랑’, ‘건강’ 등 모두 각자만의 소원을 빌며 일출이 주는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고, 태양이 품은 에너지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는다. 매일 반복되는 당연한 순간이지만, 수평선 위로 태양을 만나는 그 짧은 순간은 늘 설레고 특별하다.
혹 누군가에겐 새해의 첫 일출을 보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자 목표일 수 있다. 이에 이현지 작가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과 오랫동안 투병 중인 이들을 위해 오는 14일까지 강릉 아산병원에서 ‘세상의 첫 빛, 떠오르는 찰나를 담다’를 주제로 누구보다 간절히 내일을 꿈꾸는 이들을 마음으로 품어낸다.
일출의 시간, 하늘의 색, 대기의 상태에 따라 태양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본질이 태양임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프고, 늙고, 병들지만 한때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뜨거웠으며 여전히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람임은 틀림없다. 이 작가는 10여점의 작품을 통해 병마(病魔)와 싸워내고 있을 이들의 마음을 계속해서 어루만진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은 마지막 대사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말을 남긴다. 이 말의 속 뜻은 당장 죽을 듯이 힘들어도 결국 새로울 내일을 위해 힘을 내자는 것이다. 물론 오늘을 간신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내일이 허락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 작가는 기적을 믿는다. 그는 희망을 품고 나아가려는 이들의 등을 계속해서 밀며, 어깨를 다독이는 일련의 행위를 반복한다.
칠흑같은 어둠과 공허함만이 공존하는 새벽의 시간. 내일을 여는 뜨거운 태양이 다시금 수평선 위로 떠오른다. 일렁이는 파도는 태양의 빛에 따라 움직인다. 하늘은 가만히 태양의 색을 담는다. 이 작가는 오늘도 캔버스 안에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아니 누군가에게 간절한 내일을 담는다.
이현지 작가는 “이번 전시가 일출의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고, 태양의 에너지를 품은 그림을 보며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쉼터가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