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신안 해상에서 12명이 탄 24톤급 통발 어선 '청보호'가 전복해 9명이 실종된 사고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5일 "현장 수색 및 구조 범위를 넓히는 등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색·구조 상황을 보고 받고 "해양경찰청을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는 기관 간 협력하라"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특히 피해 가족 지원에 부족함에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에 대한 수색 및 구조 상황 안내, 현장 대기 공간 및 물품 지원, 부처 공무원 현장 상주 등에 철저를 기하라"고 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의 현지 급파를 지시했다고 대변인실이 전했다. 행정안전부 차관도 현장을 직접 챙기도록 했다.
이종섭 국방장관에게는 실종자 수색과 구조를 위해 해군 특수부대의 추가투입을 지시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과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해경 구조대는 잠수사 15명을 투입해 5차례 수중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청보호 선체를 통발 3천여 개가 얽히고설킨 채 감싸고 있어 잠수사들이 청보호 내부 선실까지는 들어가지 못했다.
청보호가 바닷속에 가라앉지 않도록 좌현과 우현에 총 6개의 리프트 백(Lift Bag)을 설치한 해경은 수면 위로 드러난 선체 바닥에 구멍을 뚫어 새로운 진입로를 만들었다.
해경 구조대는 바닥 구멍을 통해 기관실 안까지 들어갔으나 여러 내부 장애물로 인해 선실까지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선체 내부 에어포켓(Air Pocket)에 실종자가 있을 수 있어, 해경은 뒤집힌 청보호 위에서 선체를 두드리며 살폈으나 반응을 확인하지 못했다.

해경은 파도의 높이와 기상 여건은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선체 외부에서는 해경과 해군 함정 27척, 관공선 1척, 민간 화물선과 어선 각 1척, 항공기 6대가 구획을 나눠 해상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청보호는 전날 밤 11시 19분께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해경에 구조 요청 신호를 보냈다.
잠을 자고 있지 않았던 승선원 3명이 기관실 쪽에 바닷물이 차 들어온다고 해경에 신고했다.
목포 광역해상관제센터(VTS)는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신호로 청보호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인근 해상을 지나던 9천750t급 화물선 광양프론티어호에 구조 협조를 요청했다.
가장 먼저 사고 현장에 도착한 광양프론티어호는 뒤집힌 청보호 위에 있던 한국인 2명, 인도네시아인 1명 등 승선원 3명을 구조했다.
구조된 승선원들은 저체온증을 호소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이들은 해경 함정에 머물면서 선박 내부 구조 등 수색에 필요한 정보를 해경에 제공하고 있다.
극적으로 구조된 3명 선원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는 기관실에 물이 차면서 시작됐다.
선실에서 취침 중이던 실종자 9명과 달리, 잠을 자지 않고 있던 이들 선원은 기관실에 물이 차는 것을 먼저 목격했다고 구조 직후 말했다.
이후 순식간에 배가 옆으로 넘어가 뒤집혔다는 것이 이들 구조 선원의 증언이다.

뒤집힌 배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3명은 배 위에 올라타 있다가 주변을 지나던 화물선에 의해 구조됐다.
한편, 해경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당시 뒤집힌 배에 올라타 있다 인근을 지나던 화물선에 의해 구조된 선원들은 당시 화물선 선장에게 "자신들만 갑판에 있었고 나머지는 선실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화물선에서 해경 구조정으로 옮겨 탄 후에는 "선원들이 대부분 갑판에 있었다"고 해경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해경 조사에서 구조자들은 기관실에 있던 2명을 제외하고 자신들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갑판에 있었다는 진술을 했는데 이는 화물선에서 했다는 말과는 달라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 도착한 해수부 장관이 "실종 선원들은 선체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 발언도, 생존 선원들의 해경 진술에 근거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구조 당시 이들 선원은 자신들을 옮겨 태워 준 화물선 선장에게 나머지 선원들은 대부분 선실에서 자고 있었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이날 오전 11시 44분께 목포해경부두에 도착해 병원으로 이송된 선원들의 심리 상태가 안정되면 자세한 사항을 파악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4일 밤 11시 19분께 전남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12명이 탄 24t급 통발어선 청보호가 전복됐다.
사고 직후 선원 3명이 민간 상선에 구조된 이후 9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실종된 9명은 한국인 7명, 베트남인 2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