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강원외고는 ‘강원의 자산’

이기찬 강원도의회 부의장

2006년 여름은 참으로 더웠다. 그 열기를 더욱 뜨겁게 한 것은 강원외고 유치전 때문이었다. 양록학원으로 결정되면서 지금까지도 도내 유일의 자립형 외고인 강원외고는 양구의 품에 안겨왔다. 치열했던 유치전에서 도민이 한결같이 염원했던 바는 우리 지역에 공부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우수인재가 역외로 유출되는 현상을 막고 소외된 강원도를 고향사랑 마음으로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가난하지만 자식교육에 모든 것을 걸었던 우리 부모님의 자화상이 투영된 것이었다.

이렇듯 강원외고는 누구 하나의 전유물이 아닌 양구군민을 비롯한 도민 전체의 자산이 되었다. 2010년 3월 개교한 강원외고는 지금까지 1,4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소위 SKY대학에 272명을 진학시키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수목적고’로서 강원외고는 지금까지 도민과 양구군민의 바램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충분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농어촌자율고’로 전환한다는 얘기가 몇 년전 부터 솔솔 나오더니 급기야는 교육부 ‘특목고지정심의위원회’에 회부돼 지정취소 심의를 기다리는 단계에 이르렀다. 필자가 단언컨대, 농어촌자율학교는 그냥 일반고의 유형 중 하나이고 외고 지정 취소 이후 농어촌자율학교로 전환된다고 해도 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해 2025년부터 전국 단위 모집이 금지되는 상황에서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대표적인 농어촌자율학교인 공주 한일고나 남해 해성고와 같은 경쟁력을 가진다는 보장은 절대 없다.

더욱이 ‘2023년도 서울대 수시합격자 현황’을 살펴보더라도 100위 안에 든 농어촌자율학교는 그나마 전국단위 모집 중인 6개 학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자사고와 과고, 외고와 같은 특목고 뿐이다. 뿐만 아니라 ‘농어촌자율학교’로 전환시 양구군내 일반고와의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양구군 조례로 설립된 ‘글로벌장학회’와 우수교원에 대한 지원 동반 폐지, 인구 유입효과 미비 등 졸속 추진과정에서 미처 살피지 못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에 필자는 3월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사실상 일반고인 ‘농어촌자율학교’로 전환됐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신경호 도교육감에게 질의했고 졸속 추진되는 지정취소 절차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도교육감은 ‘3월까지 교육부가 지정취소를 하지 않고’라는 단서를 붙이면서 3월 말 발표 예정인 현 교육부의 ‘교육개혁개편안’에서 외고 존치로 발표된다면 더 이상 농어촌자율학교 전환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교육부 발표가 4월로 미뤄지면서 교육부 내 ‘특목고지정심의위원회’가 먼저 개최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필자가 알아본 바 현 교육부는 ‘외국어고’와 ‘국제고’를 사실상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외국어고를 글로벌 인재 양성 체제를 갖춘 국제고로 통합함으로써 ‘외국어에 능숙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학령인구 감소와 외국어 인재 수급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고 지금까지 농어촌자율고로 전환하고자 하는 논리적 근거였던 외국어고이기에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72시간 외국어 전문교과 커리큘럼을 줄일 수 있고 일정 부분 이과계열의 우수 인재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동시에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필자는 다시금 촉구하고자 한다. 양구군민을 포함한 도민의 여론수렴 과정을 보완하면서 교육부의 교육개혁정책 발표를 지켜본 후 강원외고 지정취소 절차를 진행해도 결코 늦지 않다. 위기는 곧 기회다. 그동안의 혼돈을 극복할 수 있는 현명한 지혜가 발휘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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