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강원도 내에서 전기요금을 내지 못하거나 단전·단가스를 겪은 에너지취약계층이 400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 무더위에 2분기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까지 겹치며 서민들의 혹독한 여름나기가 예상되는 만큼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이어지는 무더위에 도내 에너지취약계층들은 벌써부터 전기 및 가스요금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춘천 소양동 일대에서 폐지수집을 하는 박모(58)씨는 "한여름에는 낮 동안 일을 쉬는데 그럼 만원 남짓 벌이가 6,000원으로 줄어든다"며 "더워서 땀띠가 나도 전기세 때문에 선풍기 틀기가 겁이 난다"고 했다.
최모(87·춘천 약사명동)씨 역시 "최근 수입이 끊기면서 몇천 원도 부담돼 혼자 있을 땐 선풍기는 커녕 형광등도 켜지 않는다"며 "집 앞 골목 그늘에 앉아있는 것이 유일한 피서"라고 푸념했다.
실제 한국사회보장원이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신영대 의원에게 제출한 '에너지 취약계층 발굴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겨울(2022년11월~2023년2월) 집계된 에너지 취약계층은 5만3,753명으로 전년 동기( 2만3,518명) 대비 129% 증가했다.
도내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430명이 전기요금을 체납하거나 전기, 가스가 끊기는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 전기료 체납자가 387명으로 가장 많았고 단전, 단가스 사례가 각각 36건, 7건이었다.
전기료 체납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83명을 기록한 강릉이었다. 이어 춘천(82명), 원주(57명) 등 빅3 도시 위주로 많은 체납자가 발생했다. 단전의 경우 원주에서 8건이 확인돼 최다였다. 춘천 6건, 동해 5건 순이었다. 가스 공급이 중단된 단가스 사례는 전체 7건 중 춘천에만 3건이 집중됐다. 이밖에 원주, 강릉, 동해, 속초에서 각각 1건씩 확인됐다.
문제는 이같은 사례가 올 여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6일부터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분이 적용된 데다 이른 무더위로 냉방기기 수요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영대 국회의원은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강화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생활 안정이 우선"이라며 "공공요금 인상의 후속대책으로 에너지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연료비 부담 완화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