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안 납북귀환어부들과 그 가족들의 간절한 소망이 연극으로 태어났다.
속초에서 활동하는 극단 ‘청봉’이 14일 오후 7시30분 속초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Espoir 에스뿌아-가슴 깊이 함께 부르는 희망가’를 무대에 올린다. 올해 속초예총 종합예술제와 극단 창단 15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자리다.
이야기는 낯선 이방인들이 찾아드는 동해안의 한 해안도시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시작된다. 주인 ‘명순’이 운영하는 카페 ‘비비아나’에도 새 희망을 품은 이들의 정겨운 목소리가 가득하다. 그러나 명순만큼은 가슴 깊이 풀지 못한 사연을 안고 공허한 시선을 옮긴다.
극단 ‘청봉’은 시간과 장소의 경계를 허물고 납북귀환어부 가족 3대에 걸친 트라우마를 재조명했다. 반공법, 국가 보안법, 수산업법…. 갖다 붙이는 대로 죄가 조작되던 시절이다.
명순은 납북 귀환어부의 가족으로 등장해 ‘빨갱이’라는 오명과 고통 속에서 발버둥친다. 납북귀환어부인 그의 아버지는 환청에 시달리다 바다에서 실종됐고, 남편마저 장인을 찾아 나섰다 돌아오지 못했다. 그가 기댈 곳은 오로지 여고생이 된 딸 ‘수희’뿐이다.

이번 작품은 조작과 공작, 위선과 불신 등 날카로운 단어들에 쓸리고 베인 납북귀환어부들의 애환을 노래한다. 그저 가난하고 무식해서 권력자들의 산재물이 됐던 억울함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사실적인 요소를 완전히 걷어내고 조명과 의상, 분장 등을 상징적으로 배치해 대비감을 높였다. 배우들도 1인 다역으로 출연, 시간과 장소의 경계를 허물어 극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최은희 대표는 “땅 위보다 익숙하던 나의 바다에서 조업 중 납북됐던 이들은 겨우 살아온 뒤에도 간첩으로 몰려 모진 고문을 당했다”며 “청봉이 만든 작은 울림이 희망을 뜻하는 ‘에스뿌아(ESPOIR)’로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납북 귀환어부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납북귀환어부들의 진실규명과 피해회복,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지원 사업, 도 납북귀환어부 국가폭력피해자 지원센터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