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강릉 강문해변. 제6호 태풍 '카눈'에 휩쓸려 내려온 페트병, 폐비닐, 철제품 등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공무원, 용역업체 직원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까지 나서 5일째 수거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마치지 못했다.
용역업체 직원 윤모(78)씨는 "바다 속에 있다가 심하게 부식된 깡통, 플라스틱 등이 많다"고 말했다.
동해안 해변이 '태풍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관 훼손, 막대한 처리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어민 경제적 피해, 해양 수질오염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저감 대책은 전무하다.
강원 동해안 5개 시·군이 지난 14일 기준으로 파악한 쓰레기 양은 4,075톤으로 이 중 84%(3,416톤)는 해변가로 쓸려 내려온 해양 쓰레기였다. 아직 잠정 집계 현황이고, 속초시 쓰레기 양이 집계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해양 쓰레기만 4,000톤에 육박할 전망이다. 시·군별 해양 쓰레기 양을 보면 양양 1,500톤, 고성 700톤, 삼척 560톤, 강릉 441톤, 동해 215톤 등이었다. 강릉 정동진 해변 1곳에서만 160톤이 나왔다.
각 시·군은 수억원의 쓰레기 처리비용을 떠안게 됐다. 1톤당 처리비용이 40만원 정도인데 양양이 6억여원, 고성 4억여원, 강릉·삼척 2억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자연재난 조사 및 복구계획 수립 편람'에 따르면 태풍으로 인한 피해액이 32억원 이상이어야 쓰레기 처리비에 대한 전액 국비 지원이 가능하다. 고성을 제외한 5개 시·군은 이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어민들은 '바닷 속 쓰레기'로 인해 걱정이 태산이다. 나무 토막, 플라스틱, 풀 등이 배 스크루에 걸리면 엔진이 파손되고, 냉각수 기계 미작동으로 인한 과열 위험 등이 커지기 때문이다.
황동수 고성 거진어촌계장은 "바닷 속 쓰레기가 해변으로 쓸려 나오면 양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어선 고장 우려 때문에 제대로 조업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풍 해양 쓰레기 문제는 반복되고 있지만 원인이나 대응책은 전무하다. 더욱이 동해안 시·군은 쓰레기 처리에 따른 예산 부담까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고성군의 경우 2020년 마이삭·하이선 태풍 발생 당시 쓰레기 처리비로 9억원이 소요됐다. 강수량이 많고, 파도가 높을수록 쓰레기 양도 늘어난다.
허우명 강원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플라스틱, 나무 가루가 바다 속으로 유입되면 어류의 성장,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해양 쓰레기 유입을 줄이는 방안, 수질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