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가 싶었던 물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서민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이에 정부가 민간 기업의 가격 결정 과정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물가 상승 연결고리를 끊어보기 위해 농식품 28개 품목의 밀착 관리에 나섰다. 전담자가 지정된 가공식품 9개 품목에는 빵과 우유, 라면, 아이스크림, 밀가루 등이 포함됐고 외식 5개에는 햄버거, 피자, 치킨 등이 들어갔다. 농축산물 14개 품목은 쌀, 배추, 사과 등이다. 국민들이 빈번하게 사 먹는 품목 가격이 가파르게 뛰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가 1년 새 최고 37%나 껑충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찾는 가공식품 32개 품목 중 24개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15%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햄과 케첩이 36~37%, 간장·참기름 가격도 25~29% 급등했다. 주부들이 장 보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하는 이유다. 생수, 우유, 설탕 등 필수식품은 15%가량 인상됐다고 한다. 가격 상승세는 최근 더 가팔라지고 있다. 올 10월 32개 다소비 가공식품 가운데 전달 대비 가격이 오른 품목도 20개나 됐다. 물가가 들썩일수록 서민들의 주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내년 물가도 문제다. 우리 물가 상승률 전망이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는 탓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전망한 2024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 달 전 제시했던 수치보다 0.2%포인트 높은 2.4%다. 노무라가 1.7%에서 2.3%로, HSBC가 2.1에서 2.5로 올렸다. 한국은행도 물가 상방 리스크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목표(2%) 수준 수렴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른 기관들의 진단도 다르지 않다. 여기에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선심성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고금리, 고환율에 이어 고물가에 따른 경제 한파로 서민 경제가 최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 고공행진은 경기 회복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소비자물가 상승의 여파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대상은 서민들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특히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더는 물가가 서민 경제에 직격탄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 주기 바란다.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과도한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