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배우 이선균(48)씨가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 차량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2분께 이씨의 매니저로부터 '(이씨가) 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어제까지는 연락이 됐다. 차량도 없어졌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매니저는 이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이씨의 강남구 청담동 거주지를 찾아간 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수배차량 자동검색시스템(WASS)과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이씨의 위치를 특정했고, 오전 10시 30분께 종로구에 있는 와룡공원 인근에서 이씨의 볼보 SUV 차량을 발견했다.
차 안의 이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조수석에서는 번개탄 1점이 발견됐다. 차 안에는 축구공과 모자, 섬유탈취제, 미개봉 상태의 바비큐 숯 등도 있었다.
경찰은 신원 파악 등을 거쳐 숨진 남성이 이씨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소방 관계자는 "사망한 것으로 판정돼 병원 이송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씨의 차량은 전날 밤 늦게 사망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시점도 파악할 예정이다.
경찰은 유족 뜻에 따라 부검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유서에 가족과 소속사 관계자 등에게 미안한다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는 유흥업소 여실장(29) A씨의 집에서 마약을 여러 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아왔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마약인 줄 몰랐다. 협박을 당했고 3억5000만원을 뜯겼다”며 A씨 등을 공갈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씨는 앞서 26일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제출했다.
이씨는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한 증거가 A씨의 진술 뿐이라며 누구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거짓말 탐지기 조사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씨 변호인은 "A씨 말대로라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에서도 양성이 나와야 하는데 이씨는 음성을 받았다"며 "너무 억울한 상황이어서 A씨도 함께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아 누구 진술이 맞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 측은 그동안 언론에 노출되는 공개 소환 방식에 응했으나 거짓말 탐지기 조사는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씨 변호인은 "다시 경찰에 출석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면서도 "앞으로는 원칙에 따라 경찰이 비공개로 소환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숨지기 나흘 전인 지난 23일 오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19시간 동안 3차 조사를 받았다.
그는 당일 조사에서도 지난 2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A씨가 '처방 받은 수면제 같은 것'이라며 줘서 받았다"면서도 "마약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최소 5차례 마약을 투약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씨 변호인은 "A씨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A씨는 지난달 초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과 대마 혐의로 구속 기소돼 현재 인천지법에서 재판 받고 있다.
그는 10월 28일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경찰에 출석해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많은 분께 큰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진실한 자세로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순간 너무 힘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 "다시 한번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이씨는 숨지기 하루 전까지도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이씨가 사망함에 따라 그의 마약 투약 혐의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1975년생으로 한국예종 연극과를 졸업한 이씨는 1999년 비쥬의 '괜찮아'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데뷔했다.
이후 여러 뮤지컬과 방송, 영화계를 넘나들며 정상급 배우로 성장했다. MBC 드라마 '하얀거탑'(2007), '커피프린스 1호점'(2007), '파스타'(2010), tvN '나의 아저씨'(2018) 등에 출연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쥔 '기생충'에 출연하며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누렸다.
이선균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이날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유튜브 채널은 전날 이씨와 A씨의 사적인 통화 내용이라며 녹취록을 공개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9일 오전, 장지는 전북 부안군에 있는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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