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기부천사 김용권씨…“불에 녹아 내린 일터에도 그의 기부는 계속 됐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홍천 출신 김용권 씨,
1992년부터 현재까지 홍천군 결연아동 후원
김용권 씨 “훌륭하고, 좋은 어른이고 싶죠”

◇김용권 씨

홍천에서 태어난 김용권(63·사진) 씨는 어려운 형편 탓에 14살의 어린 나이였음에도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나야 했다. 맏이라는 이유로 집을 자주 비운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용권 씨에게 서울살이는 그리 녹록치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은 적었고, 잠 잘 곳도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그가 20대에 들어서고, 월세를 살 돈이 생기자마자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기부였다. 작게는 1,000원, 많게는 만 원씩을 나누며 자신보다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도왔다.

그렇게 그가 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와 인연을 맺은 지도 32년이 흘렀다. 1992년부터 홍천 결연 아동 후원을 시작한 그는 유년 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가정 형편으로 인해 일찍이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아이들의 앞날을 위한 지원에 힘쓰고 있다. 그는 “오래전 종로 상가에서 큰 화재가 있었다. 그 당시 운영하던 가게는 불타고 금고까지 녹아내렸다. 너무 힘든 시기였지만, 더 힘들게 살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후원을 멈출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의 기부 철학은 자연스레 자식들에게도 스며들었다. 초등학생인 자녀에게 용돈 만 원을 주면, 5,000원을 기부하도록 해 어릴 때부터 나눔 습관이 몸에 밸 수 있도록 했다. 그런 그의 노력이 자녀들에게 닿은 건 첫째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였다. 그의 아들은 주말에 봉사하러 가는 아버지를 향해 처음으로 “아빠 그런 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마음을 전했다.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는 그는 죽는 날까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고 밝혔다.

김용권 씨는 “기부는 단순 타인을 돕는 것이 아니라 기부라는 행위를 통해 건강한 정신을 불어 넣는 일 같다. 따라서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며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니 알게 모르게 도움 받은 사람이 많았고, 훌륭한 어른들이 많았다. 살아 있는 동안은 받은 만큼 조금씩 나눌 수 있는 좋은 어른이고 싶다”고 전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