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및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대면조사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를 대면 조사한다는 사실을 대검찰청에는 사전에 보고하지 않고 조사 후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피고발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일 김 여사를 서울중앙지검 관할 내의 정부 보안청사로 소환해 대면조사 했다고 21일 밝혔다.
반부패수사2부는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형사1부는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 등 여러 선물과 청탁을 받은 의혹을 수사해왔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출석을 요구했고, 협의 결과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로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로 소환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측이 검찰 소환 조사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혀온 점 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조사는 전날 오후 1시 30분께부터 이날 새벽 1시 20분께까지 약 1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조사는 최 부장검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관한 사실관계부터 약 7시간가량 확인한 뒤 김 부장검사가 추가로 명품 가방 의혹에 대한 신문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내용 등을 묻는 말에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밝히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김 여사 측 최지우 변호사는 "김 여사는 성실히 조사에 임해 사실 그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것은 약 4년 3개월 전인 2020년 4월이다.
김 여사는 앞서 이달 중순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70쪽 가량의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으며, 검찰은 이를 토대로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 거래에 쓰인 것을 알고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서면조사와 대면조사를 통해 사건 관계자들과 연락하며 공모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의혹 조사를 마친 뒤 김 여사 측과 협의를 통해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여사를 상대로 최 목사로부터 가방을 받은 경위와 직무 관련성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여사는 최 목사가 건넨 가방이 단순 선물로 직무 관련성이 없고, 유모 행정관에게 반환을 지시했으나 업무상 실수로 돌려주지 못한 채 포장 그대로 보관해왔을 뿐이란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를 가까이서 보좌해 온 유 행정관은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으면서 김 여사가 최 목사를 면담하면서 가방을 받은 것은 맞지만, 당일 오후 최 목사에게 가방을 돌려주라고 본인에게 지시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유 행정관은 다른 업무 등을 처리하느라 깜빡하고 가방을 돌려주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가방 사건 수사는 지난해 12월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을 청탁금지법 위반과 뇌물 수수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최 목사 측은 지난해 9월 13일 서초구 코바나콘텐츠 사무실에서 김 여사를 만났고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선물했다고 주장해왔다.
초기에는 수사가 다소 지지부진했으나, 올해 5월 초 이 총장 지시로 전담 수사팀이 꾸려지면서 속도가 붙었다.
김 여사 측은 최 목사와 2022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일체도 지난달 말 검찰에 임의제출했다.
최 목사가 검찰에 제출한 카카오톡 자료에는 고의로 누락된 부분이 있어 전체 대화 내용을 제출했다는 것이 김 여사 측 주장이다.
또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의 국립묘지 안장과 관련한 최 목사의 청탁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검 관계자는 "김 여사 조사 과정에 대해서는 검찰총장 및 대검 간부 누구도 보고받지 못했다"며 "조사가 끝나는 시점에 중앙지검에서 대검에 사후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새벽 1시 20분께까지 김 여사를 조사했는데, 이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먼저 수사했다고 한다.
이후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정이 가까워지는 심야에 대검에 조사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그간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성역은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여러 번 표명했다.
이 총장이 김 여사 소환 조사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사전 보고를 주문했으며, '제3의 장소에서 몰래 소환하는 것은 안 된다'고 누차 당부했다는 얘기도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사전에 보고하지 않고 검찰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이 상황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장이 자신의 의견과 다른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진 것을 두고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향후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도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사이에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