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연세의대 교수들 "하반기 모집 전공의들, 제자로 못 받아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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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등 입장문…"사직 전공의 위한 자리 비워두고 돌아오도록 지원할 것"

사진=연합뉴스

속보=수련병원들이 정부 요청에 따라 이탈 전공의들을 사직처리하고 9월 전공의 모집 신청 인원을 정부에 제출한 가운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22일부터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대해 "현 상황에서는 이들을 제자와 동료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교수들은 "이 자리는 우리 세브란스 (사직) 전공의를 위한 자리"라며 "그들의 자리를 비워두고 돌아오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용인세브란스 병원 일부 교수들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22일은 올해 9월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이 시작되는 날이다.

비대위는 최근의 상황에 대해 "정부는 결과를 고려하지도 않고 병원에게 '전공의 사직을 처리하고 하반기 정원을 신청하지 않으면 내년도 정원을 없애 돌아올 자리를 빼앗겠다'고 위협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병원이 세브란스와 상관없는 이들을 채용한다면 그것은 정부가 병원 근로자를 고용한 것일 뿐, 현 상황에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할 제자와 동료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교수들은 "병원은 내년에 전공의들이 돌아올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하반기 정원을 신청했지만, 이 자리는 세브란스 (사직) 전공의를 위한 자리"라며 "전공의들의 자리를 비워두고 그들이 당당하고 안전하게 돌아오도록 지원·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전공의 사직 시점을 6월 이후로 하도록 한 것은 사직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병원에 전가하도록 하고, 전공의의 의지를 병원이 무시하도록 강요한 것"이라며 "정부가 병원을 통해 교수와 전공의의 의를 끊게 하고 병원·교수·전공의 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꼼수와 헛된 수작을 부리지 말고 우리나라 의료를 위해 모든 것을 되돌리는 책임있는 선택을 하고 전공의·학생들을 복귀시키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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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말하는 책임있는 선택이란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 등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7대 조건'을 수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110개 병원은 정부 요청에 따라 미복귀 전공의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했다. 이들 수련병원은 총 7천707명의 전공의를 하반기 새로 모집한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하겠다는 병원과 달리 의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크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채용 면접에 참여하지 않거나, 교육을 거부하는 방식 등으로 하반기 전공의 채용을 보이콧하겠다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17일까지 각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와 가을 전공의 모집인원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한 결과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110개 병원에서 사직처리 결과를 제출했고, 7천648명이 사직(임용포기 포함)처리됐다.

수련병원들은 사직 처리된 전공의 수보다 많은 7천707명을 하반기 모집하겠다고 신청했다.

인턴의 경우 임용대상자 3천68명의 96.2%인 2천950명이 사직했고, 레지던트는 1만463명의 44.9%인 4천698명이 사직했다.

전공의들이 복귀와 사직 중 선택해달라는 수련병원 측의 연락을 피하거나, 수련병원 차원에서 사직처리 결과 통보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경우다.

근무 중인 전공의는 17일 오전 11시 기준 1천167명이다.

전공의들은 2월 말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이탈한 이후 정부에 사직서를 수리해달라고 요청해왔으나, 정부가 면허정지 행정처분 철회 등의 조치와 함께 수리하겠다고 방침을 바꾼 뒤에는 사직서 수리를 거부해왔다.

행정처분을 철회가 아닌 '취소'하고, 사직 처리 시점을 6월 이후가 아닌 2월로 해달라는 것이 요구사항이었다.

이런 전공의들과 의료계의 주장에 일부 병원이 동의하기도 했다.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41개 병원은 사직처리 결과를 복지부에 제출하지 않으며 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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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도, 사직도 안 한 채 '이탈 전공의'로 남게 된 것과 관련해 정부는 "처분 여부가 이미 정부의 손을 떠났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명령을 철회하고 처분하지 않기로 했으며, 사직자에게는 9월 복귀의 길까지 열어줬다"며 "사직을 허용했지만 수련병원이 사직 처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사직 여부 등 계약 관계는 병원과 전공의 사이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행정처분을 철회하겠다고 결단을 내린 상황에서 더는 줄 불이익도, 복귀나 사직으로 이끌 유인책도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9월 복귀자에 대해 어떤 배려를 할지 충분히 설명했고, 복귀·사직을 안 하면 어떤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지도 적극적으로 알렸다"며 "그간 밝혔던 대로 '내년 3월 동일 전공·연차 복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귀와 사직을 모두 거부한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에 적을 두고 있어서 다른 병원에 취직하지도 못하는 처지가 된다.

이들 가운데 병역 대상자는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입대해야 할 상황이다. 의사들은 인턴 때 군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이 경우 복무 기간이 짧은 일반병사가 아닌,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등으로 군 복무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들뿐 아니라 사직 후 9월에 수련병원에 돌아오지 않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입대해야 하는데, 한해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복무를 시작할 인원이 정해져 있는 만큼 입대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직처리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41개 수련병원, 혹은 전공의 사직처리에 소극적인 수련병원에 대해 어떤 불이익을 줄지 고민 중이다.

일단은 당초 밝혔던 대로 이탈 전공의에 비해 사직자가 지나치게 적거나, 사직 처리결과나 9월 모집 신청을 하지 않은 수련병원에 대해서는 내년 3월 모집 때부터 전공의 정원(TO)을 축소할 방침이다.

TO가 줄어들면 전공의들이 뒤늦게 복귀하려고 해도 돌아올 자리 자체가 적어질 수 있다.

비상진료로 병원에 투입하는 예비비나 건강보험 청구액 선지급 등의 혜택을 줄이거나, 연구개발 비용을 삭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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